아동체벌에 대한 국제적 논의
아동 체벌은 어느 사회에서나 뜨거운 논쟁거리인가보다. 지난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서는 '가정과 학교에서의 아동에 대한 폭력'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특히, 국제아동복리회(Save the Children)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세계 각국의 아동체벌 실태를 알리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 체벌은 거의 모든 사회의 공통된 현상이다. 아동체벌을 행하는 성인들이 '구타'라는 직접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우리나라의 '사랑의 매'라는 표현처럼 '완곡하고 우회적인' 표현으로 아동체벌을 지칭하는 것이나, 아동이 체벌을 받아야 하는 근거로 '교육적 효과'를 들고 있는 점도 대표적인 공통점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체벌의 옹호자들은 '합리적 체벌'과 '부당한 학대'를 애써 구분 짓고 서로 다르게 정의하려 한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체벌'과 '아동학대'는 '폭력'의 연속선상에 있으며 둘을 서로 다르게 정의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그런 구분은 '때리는 것이 학습에 좋고 갈등을 해결하는 법'이라는 반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비판한다.
또 보고서는 스웨덴을 비롯하여 체벌을 법적으로 완전 금지한 10개국의 경험을 언급하고 있는데, 주목할 사실은 정부의 체벌금지 조치가 대다수 국민 의사에 반하는 것이었다는 점이다. 즉 체벌의 불가피성을 옹호하는 여론을 무시한 조치였다는 것인데, 이는 아동체벌 근절을 위한 정부의 조치가 단순한 금지법규 마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중 교육과 캠페인을 동반하는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 고문방지위원회, 인권이사회 등 유엔의 각종 기구들은 한결같이 아동체벌을 아동의 인간적 존엄성을 인정하지 않는 인권침해로 보고 있다. 아동은 합법적으로 체벌이 인정되는 최후의 그리고 유일한 인간 집단에 속한다. 현실에선 불법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할지라도 '배우자, 피고용인, 수인, 군인' 등에 대한 체벌은 분명한 불법이며 용납될 수 없는 행위로 규정돼 있다. 오직 아동만이 체벌이 용인되는 대상인 한 아동의 인간적 존엄성이나 인권을 논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이 보고서는 체벌에 대한 아동의 다양한 반응을 인용하고 있는데 체벌에 대한 아동의 항변은 "큰 사람이 작은 사람을 때려서는 안돼요(9살 스코틀랜드 소녀)"라는 말에서 압축적으로 요약된다. 한 조사에서는 아이들이 체벌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는 단어가 40여 가지였는데 "무섭다, 화난다, 아프다, 외롭다, 슬프다, 버려졌다, 짜증난다, 증오스럽다, 불행하다, 창피하다, 가슴이 무너진다, 비참하다" 등 부정적인 것 일색이다. 한 아동은 체벌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로 경고하고 있다.
"아이들이 자라서도 체벌을 기억할 것이고 자기 아이들에게 똑같은 일을 저지를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때려서는 안돼요(12살 바누아투 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