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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어느 경기보조원들의 황당한 해고

회사, "조합원들은 근무시키지 마라" 지시


신안그룹 계열사 관악리베라C.C.(아래 관악C.C.)가 기존 경기보조원들에게 신입생 입사서류를 내게 해서 노조간부 등을 해고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관악C.C.는 지난달 19일 돌연 신입생 모집공고를 붙인 후 기존 경기보조원 2백38명 전원에 대해 재입사 절차를 밟았다. 이들 경기보조원은 같은달 30일 형식적으로 면접을 봤으며, 이후 관악C.C.지부(지부장 박난주) 양도영 교육부장 등 6명은 회사 쪽으로부터 근무통보를 받지 못했다.

양 교육부장은 "회사규정에 어긋나서 해고되지 않으면 본인이 다니기 싫을 때까지 계속 다니는 것이 관례"라며, "이렇게 면접을 실시한 것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하루아침에 이유도 알 수 없이 그냥 짤렸다"며, "간부라는 것말고는 짤릴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양 교육부장은 관악C.C.에서 4년 넘게 일하고 있었으며, 해고된 사람 중에는 10년이 넘게 일한 사람도 있었다.

전국여성연맹(위원장 이찬배)은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은 노조말살 책동을 중단하고 정리해고된 노조간부를 즉각 복직시키라"고 요구했다. 여성연맹은 양 교육부장 등이 "납득할만한 이유없이 재입사 면접에서 떨어졌다"며 이번 조치가 보복성 해고임을 주장했다. 지난해 9월 박 회장이 40억원대의 내기골프와 도박을 상습적으로 벌이다 검찰에 구속됐을 당시, 양 교육부장 등은 박 회장이 구속되는데 결정적 진술을 했다고 한다.

관악C.C.의 이례적인 조치가 노조를 와해하기 위한 부당해고라는 근거도 곳곳에서 확인된다. 양 교육부장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관악C.C. 정용화 이사는 박난주 지부장과 만난 자리에서 "노조를 포기하면 짜르지 않고 같이 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같은달 10일경에는 '경기마스타'라는 정규직원이 경기보조원 조장들에게 "조합원들을 근무시키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전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관악C.C. 경기과장은 "부당해고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하고, "캐디(경기보조원)들은 직원이 아닌데 해고는 무슨 해고냐?"며 경기보조원들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한편, 여성연맹은 21일 오후 4시 신안그룹 본사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며, 관악C.C.지부는 박 회장의 공판기일에 맞춰 오는 25일 오후 1시 수원지법 앞에서 규탄집회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