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투쟁 주간 사흘째, 기만적 고용정책 규탄
“장애인들은 평생 실업자로 살 것을 강요받으며, 길거리에서 구걸하거나 시설에 수용되어 짐승처럼 살아왔다. 장애인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절규가 서울시내에 울려 퍼졌다.
‘4․20 장애인차별철폐투쟁 공동기획단’(아래 공동기획단)은 17일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장애인의 의무고용을 외면하면서도 기업선전에만 장애인을 활용하는 삼성재벌 규탄대회를 갖고 장애인노동권 확보를 위한 투쟁의지를 다졌다.
무노조 정책으로 악명 높은 삼성 재벌은 장애인 고용의무를 지키지 않아 거액의 분담금을 쏟아 부으면서도, 한편으로 자사광고에 장애인을 이용하는 기만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어 장애인들의 상징적 표적이 됐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장애인의무고용을 지키지 않아 가장 많은 부담금을 지불한 기업은 삼성전자다. 30대 기업 내 삼성물산과 삼성전기 등 삼성재벌의 계열사를 모두 합치면 부담금이 약 80억에 이른다. 서울지역사무노동조합 김경진 위원장은 “최근 삼성은 한 장애인을 전면 지원해 휠체어로 유럽횡단을 한 광고를 내보내며 ‘장애가 장애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간다’는 카피를 통해 마치 자사가 사회적 약자와 함께 하는 기업인 것처럼 거짓선전을 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 경제활동인구의 70%가 실업상태에 처해 있고, 그나마 취업 노동자들도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임금체불과 불법해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장애인 노동자의 노동시간분포를 살펴보면 8시간 이하가 41.7%인 반면, 9시간 이상에서 16시간 이하가 56.4%에 이른다. 평균노동시간이 13시간인데 반해, 임금은 79만2천원으로 전체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인 121만1천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공동기획단은 이날 집회에서 △현행 300인 이상 기업체로 한정된 장애인 의무고용 대상기업을 10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할 것 △장애인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할 것 △작업안전을 위한 장애인의무고용 제외업종을 구체화할 것 △노동3권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장애인노동문제상담소를 설치할 것 등을 요구했다. 또한 정부와 공기업의 경우, 장애인 의무고용을 지키지 않으면서도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는 고용촉진기금의 개선도 촉구했다.
노들장애인야학의 박경석 교장은 “4월 20일은 피로 정권을 잡은 신군부에 의해 81년부터 장애인의 날로 정해졌다”며 “정부는 장애인들을 남산에 데려가 꽃구경시키고 놀이공원에 초청해 마치 살맛 나는 세상인 것처럼 우리를 기만했다”며 분노를 표했다. 이어 박교장은 “기만적 장애인행사 참여를 거부하고 4월 20일을 장애인의 노동권, 생존권, 학습권, 이동권을 획득하기 위한 투쟁의 날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거듭 밝혔다.
공동기획단은 지난 15일부터 오는 20일까지를 투쟁주간으로 정하고 장애인권 확보를 위한 각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18일 오후 2시 종묘공원에서는 ‘에바다 문제해결과 장애인 시설비리 척결 결의대회’가 열리며, 오후 7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장애민중투쟁 영상전이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