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의문사 이윤성씨 프락치공작 증거발견

운동권 친구 최씨, "사망 한달 전에 만났다"

82년 11월 강제징집당한 후 6개월만에 의문사한 이윤성 씨가 군 복무 중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았다는 새로운 증거가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 24일 고 이윤성 19주기 추모제에서 '이씨가 사망 한달 전쯤 사회에 나와 부모에게 알리지도 않고서 학교 앞 술집에서 운동권 친구인 최모 씨를 만난' 사실이 확인된 것.

이에 민주화운동정신계승 국민연대(상임대표 권오헌 등, 아래 계승연대)는 최씨와 함께 29일 오후 1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 아래 규명위)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곧바로 의문사위에 제보했다.

간담회에서 최씨는 "83년 3월말, 4월초 정도에 당시 운동권들이 자주 가는 술집에서 1시간 정도 윤성이를 만났"으며, "'너희 써클은 잘 되냐, 다들 뭐하냐'는 등 알맹이도 없이 일상적인 안부만을 묻다가 '누구 또 만나야 한다'면서 바쁘게 자리를 떴다"고 증언했다.

최씨는 "당시 윤성이와 같은 과이기는 했지만, 친한 사이도 아니고 써클도 달랐기 때문에 윤성이가 왜 나를 만나자고 했는지 의아했었다"고 밝혔다. 또 "사복을 입고 표정이 아주 밝아 보였다"며, "당연히 집에서 사복을 갈아입고 나온 줄 알았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이에 대해 이씨의 매형 박정관 씨는 "가족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우리는 처남이 (82년 11월) 집에도 못들어 온 상태에서 강제징집 당한 후 (83년 5월) 보안부대에서 죽어서 돌아온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고 반응했다. 당시 이씨의 집은 서울 성내동 장미아파트였으며, 이는 이씨가 마음만 먹으면 학교(성균관대)에서 1시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

계승연대 이은경 사무처장은 △군 관계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당시 최전방에 배치된 지 6개월만에 휴가로 나오기란 거의 불가능했고 △정상적인 휴가라면 당연히 집에 연락했을텐데 그렇지 않았다며, "'이는 정상적인 휴가가 아니라 당시 보안사의 강요에 의한 프락치 활동이 아니었나'라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한다"고 주장했다.

규명위 이재범 조사관은 "이번 제보에 의해 녹화사업이 단순한 특별정훈교육이었다는 군의 주장은 무너졌다"며, "지금까지 의혹으로만 제기됐던 프락치 공작의 개연성이 확인됐다"고 평했다. 이제까지 군 당국은 녹화사업에 대해 '특별정훈교육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프락치 공작은 없었다'는 답변만 반복해 왔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선 비슷한 시기 발생했던 또 다른 의문사 김두황 씨 사건이 이씨의 죽음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시경존안자료에 의하면, 당시 경찰은 김씨가 학습했던 '아방과 타방'이라는 문건의 작성자에 대해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문건의 작성자가 바로 최씨의 써클 선배였던 것. 이에 대해 이 사무처장은 "이씨가 (자신과 써클도 다른) 최씨를 만난 것은 '아방과 타방'이라는 문건 작성자를 찾기 위한 프락치 활동의 일환이었을지 모른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로써 향후 규명위의 조사활동이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며, 군 당국이 계속해서 똑같은 답변만 반복하며 관련자료 제출요구를 거부하면서 진상규명 활동에 비협조적으로 나올지 여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