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최후진술․집회공고까지 수사대상
경찰이 법정에서의 최후진술이나 인터넷 상의 논쟁글까지 국가보안법이라는 통제망으로 거르려 하고 있다.
지난 7일 경기도경 보안수사대는 성공회대 학생 전지윤 씨를 국가보안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전 씨는 성공회대 총학생회 정책국장이자 민주노동당 활동을 하고 있다. 전 씨를 접견한 이상희 변호사에 따르면, 경찰은 광범한 내용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은 인터넷 상에서 전 씨가 본인의 과거 활동에 대해 다른 사람과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논쟁을 수사대상으로 하고 있는가 하면, 전 씨가 1999년 9월 재판 당시 작성한 최후진술문을 문제삼고 있기도 하다. 전 씨는 99년 4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같은 해 9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러한 전 씨의 전과는 사면됐고 집행유예 기간도 이미 지난 상태다.
또 경찰은 월간 잡지 <열린 주장과 대안>, <다함께>에 실린 글들이 "국가 변란을 선전․선동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 씨가 기고한 글은 △병역 비리 △'조선일보'에 대한 비판과 △업톤 싱클레어 소설 <정글>에 대한 서평이다.
인터넷 '다함께' 성공회대 카페에 올린 △부시방한 반대 글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 세미나 발제문 △매주 작성한 집회 일정과 집회 참여 권고 등도 수사 대상이다. 여기서의 집회는 공개리에 열려 많은 사람들이 합법적으로 참여했던 것들이 대부분이다.
또 이러한 글들에 대해서는 검찰 내 설치된 공안문제연구소의 감정 결과가 모두 첨부돼 있었다고 전 씨는 변호사와의 접견 과정에서 말했다.
이에 대해 이상희 변호사는 "최후진술문이나 다른 사람과의 논쟁글까지 공안문제연구소의 감정을 받은 것은 한 사람의 사상을 철저히 검증, 감시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또 이 변호사는 "특히 인터넷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개인간의 사적인 대화가 기록에 남는다는 이유로 국가권력이 헤집고 이를 하나씩 분석하는 것은 인터넷 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를 가지고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집회 일정을 공고하는 것까지 국가 변란을 선전․선동하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하는 것 역시 기본적으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처럼 현재 경찰은 전 씨에 대해 무리한 수사를 벌이고 있어, 앞으로 기소 내용에 어떤 부분까지 포함될지 주목된다.
한편, 경찰은 전 씨의 집시법 위반의 증거로 지난 해 2월 24일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집회에 참여한 사진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경찰이 전 씨에 대한 사진 채증을 위해 사전에 영장을 발부받았는지 여부를 따지고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경찰의 사진 채증 문제를 재판 과정에서 제기할 거라고 밝혔다.
현재 전 씨는 의정부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