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다 투쟁 2000일, 결의대회 및 문화제 열려
"에바다 문제, 아직도 해결 안 됐어요?" 17일 오후 3시경 평택시청으로 향하던 택시 운전기사가 그곳에서 '에바다 투쟁 2000일 결의대회'가 열린다는 말을 듣고 보인 반응이었다.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 에바다 복지회」(아래 에바다). 올해로 6년, 오는 19일 2천일째를 맞는 소위 '에바다 사태'는 평택시민들에게 전혀 낯설지 않은 듯 보였다.
에바다 사태의 시작은 96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몇몇 농아원생들이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농성을 시작하면서, 에바다 복지회의 비리가 하나둘 밝혀지기 시작했다. 청각장애 아동에 대한 성폭행과 강제노역, 의문의 죽음들, 국고 및 후원금 횡령, 친인척에 의한 족벌경영, 관청과의 유착 등등... 이에 평택지역의 사회단체들은 물론 서울 등 전국 각지의 인권․장애인단체들이 에바다 사태의 정상화를 위해 나서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결의대회에서 에바다 권오일 교사는 "에바다 투쟁 2천일이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2천일이 되는 동안 뭐했냐'고 물을 때 부끄럽기도 하다"면서 에바다 사태의 장기화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권 교사는 "하지만 이는 에바다 비리의 사슬이 얼마나 질기게 얽히고 설켰는가를 알 수 있게 해 준다"며, "2만일이 지나도 그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비리주범들을 심판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민중연대 공동대표 홍근수 목사는 "원래 '에바다'는 '열리라'는 뜻인데, 현재는 열리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옛 비리재단 쪽에서 에바다를 불법점거한 채 민주적 인사와 교사들의 출입을 막고 있는 상황을 풍자했다. 성경 마가복음 7장에는 예수가 귀 먹은 자를 향해 "에바다" 하자 그의 귀가 열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끝으로 최근 에바다 이사가 된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남구현 교수는 결의문 낭독을 통해 "평택시청과 평택경찰서는 이런 비리세력을 비호하면서 합법적인 에바다 이사들의 시설 진입을 보장하지 못한 채 이사회를 옛 비리세력 측과 동수로 구성할 것만 앵무새처럼 되뇌이고 있다"며, "에바다 폭력사태 배후 세력을 구속․처벌하고 폭력사태 비호하는 평택경찰서장을 파면하라"고 주장했다.
현재 에바다 이사회는 민주인사들이 옛 비리재단 쪽 인사들과 비교해 7:4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8월, 평택시청 앞 천막농성 등 치열한 투쟁 끝에 에바다 이사회에 민주인사 4명이 신임이사로 선임된 결과다. 하지만 옛 비리재단 쪽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같은해 12월부터 청각장애 학생들을 동원해 에바다를 불법 점거해 왔다.
결의대회 후 집회참석자들은 평택역까지 가두행진을 벌이며, 에바다 문제를 시민들에게 알렸다. 이후 저녁 7시에는 평택역 앞에서 「에바다 농성 2000일 맞이 문화제 '에바다, 장애인시설비리 척결의 희망이 되자'」가 열려, 에바다 투쟁의 의지를 한껏 고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