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유로 기본권 제약해도 되나?
최근 월드컵을 앞두고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하여 일부 언론은 '손님을 초청해 놓고 잔칫상을 뒤엎는 꼴'이라거나 '한국은 파업 때문에 골치라는 인상을 외국인들에게 심어준다'는 등의 이유를 들이대며 이를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하고 있다. 월드컵 때문에 기본권 제약을 해도 된다는 논리인가.
이렇게 언론은 파업으로 인해 늘 경제가 위기에 처할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경제손실과 시민불편만을 강조하여 파업을 하는 노동자들을 반사회적인 행위자로 낙인찍는다. 모든 파업을 불법으로, 내일이라도 나라가 망할 것처럼 매도하는 기사 속에서 노동3권을 보장하는 헌법의 정신을 찾기는 힘들다. 노동자들의 주장과 요구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다루는 기사를 찾기도 힘들다.
2001년 민주노총 시기집중 파업 당시에 언론은 '이 가뭄에 웬 파업인가'라는 논리를 들이대며(도대체 파업과 가뭄과 어떤 관련이 있길래 이런 주장을 폈던 것일까) 한국에서 지배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3개 언론사는 '붉은 머리띠를 풀어라'(중앙일보 2001. 6. 14.), '항공․병원노조 잇단 파업, 온 나라가 흔들린다'(조선일보2001. 6. 14.), '정부 불법파업 손 놨나'(동아일보 2001. 6. 14.) 등을 1면 톱기사의 제목으로 뽑고 있다.
'붉은 머리띠'는 노동자의 파업에 색깔공세를 펴는 것이고 동아일보는 직접적으로 정부의 경찰력 투입을 요구하는 제목을 뽑고 있다. 방송도 파업이 시작된 6월 12일 KBS 9시 뉴스는 '경제부터 살려야'라는 제목으로 파업의 시기를 문제삼았고, MBC 역시 같은 날 뉴스데스크에서 "땅은 마르고 하늘은 막히고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하였습니다"라는 식으로 보도하였다.
이처럼 언론의 눈에 비친 파업은 사회악이고 척결되어야 할 그 무엇이며 하나의 범죄행위이다. 노동자의 당연한 기본권이라는 생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사회적 공기이기를 포기하고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철저히 외면하는 언론을 통해 노동자들의 목소리나 주장이 전달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정부는 월드컵 노사평화선언을 추진한다면서 범정부적인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어용노조들을 앞장 세워 분위기를 띄우며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 언론도 월드컵이야말로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고 대외신인도를 제고할 수 있는 더 없는 기회라고 소리 높여 외친다. 선진국으로 정말 발돋움하고 싶은가. 그러면 이렇게 해라. 월드컵에 항공사와 호텔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게 되더라도 "파업은 기본권이므로 이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 주 50시간의 장시간 노동과 교대근무에 시달리는 노동자들로서는 차라리 파업이라도 해야 월드컵 경기 중계를 보지 않겠는가라고 관용을 가지라"고 그렇게 정부가 나서서 언론과 국민들을 설득해라.
(권두섭 씨는 민주노총 법률원의 변호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