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 의원실, 7월 발의 계획…의견수렴 절실
성전환자(트랜스젠더)의 문제가 가십거리 이상으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성별 변경에 따라 호적을 정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만들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국회의원 김홍신 의원실은 이같은 내용으로 현재 '성별의 변경에 관한 특례법안'과 '호적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성전환자란 자신의 생물학적 성과 다른 성적 정체성을 지닌 자를 말한다. 국회 입법정보지원과에 따르면 국내 성전환자는 약 3만명으로 추산되며, 지금까지 3백여 명이 성전환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성전환수술을 받은 경우에도 호적상 성별을 변경할 수 없어 법적으로는 여전히 수술 이전의 성이다. 이에 따라 결혼을 통해 가족을 형성할 수 없고 상속권 등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정상적인 노동조차 할 수 없다.
동성애자인권연대 임태훈 대표는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첫 숫자는 여성을 '2'로, 남성을 '1'로 표기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성전환자는 취업시험에 응시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며 성전환자의 어려움을 전했다. 설사 취업을 위한 필기시험에는 합격할 수 있다 하더라도 면접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는 게 임 대표의 설명. 때문에 70․80년대 성전환자들은 파출부나 식당 허드렛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였고, 최근에는 상당수가 유흥업에 종사하거나 성매매를 하고 있다.
김홍신 의원실 김명신 비서관은 "지난해 10월 성전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다룬 신문기사를 읽고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입법추진 배경을 밝혔다. 당시 김홍신 의원실은 법무부, 대법원, 행정자치부에 '현행법상 성전환자의 호적변경이 가능한가'라는 내용의 질의를 보냈으나, 모두 '관련법률이 없으며 호적변경을 하려면 소송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이 왔다고 한다. 하지만 성전환자의 호적변경에 관한 소송결과는 담당판사에 따라 상이하며, 지금까지 호적변경이 받아들여진 예는 4건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새로운 법률을 만듦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김 비서관은 설명했다.
하지만 법안을 확정하는데 있어서 △특별법 제정이냐, 호적법 개정이냐 △성전환수술 및 호적정정 대상자의 자격요건이 무엇이냐 △호적의 '정정'이냐, '변경'이냐 등의 논점이 남아있다. 또 성전환자들에 대한 의견수렴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비서관은 "그 동안 성전환자들을 만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이는 본인들 스스로가 나서기 어려운 처지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현재 김홍신 의원실은 종교계, 법조계, 의학계 뿐만 아니라 △법무부, 여성부, 국가인권위원회 등 국가기관 △인권실천시민연대, 동성애자인권연대 등 인권단체 △참여연대, 여연, 여협 등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에 법안검토를 의뢰해 놓은 상태다. 이를 토대로 오는 7월 10일 공청회를 열고, 적어도 7월 중에는 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김홍신 의원실 김학준 보좌관은 "(성전환자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인식이 가장 큰 문제지만 현재 강하게 반대하는 곳이 없어서 올해 국회통과는 반반으로 본다"고 입법전망을 밝혔다. 지금까지 이 법안에 대해 명시적으로 반대한 곳은 기독교계가 유일하다. 유림계에서는 입장표명을 하지 않겠다고 이미 밝혔고, 대한변협과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시기상조를 이유로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김명신 비서관은 "이 법안을 준비하면서 소수자의 인권문제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수 있었다"며,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고 법안추진의 의의를 말했다. 국제적으로는 스웨덴이 72년, 독일이 80년, 이탈리아가 82년, 네덜란드가 85년, 터키가 88년에 성전환자에 대한 법제화가 이루어졌고, 미국은 15개 주에서 성전환자에 대한 출생기록부상 성의 전환을 허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