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위, 전두환 씨도 소환불사…피해자 동참 절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 아래 의문사위)는 80년대 '녹화사업'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전두환 씨 등의 소환까지 불사하는 '7·8월 특단의 대책'을 세웠다. 의문사위의 조사활동이 오는 9월 16일로 끝나는 데다, 김두황 씨 등 '녹화사업' 관련 의문사 5건이 모두 기무사 등 가해기관의 비협조로 조사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녹화사업이란 80년대 초 군사정권이 이른바 '운동권'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제징집한 후 실시한 특별정훈 교육으로, △강제적인 사상개조 △'관제' 프락치 강요 △사건 관련자 불법연행 및 강압수사 모두를 포함한다.
의문사위는 11일 오전 10시 의문사위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강제징집자·녹화사업 피해자 조사대책'을 발표했다. 의문사위는 오는 17∼20일 나흘간 83년 3∼8월 녹화사업 관련 사망사건이 집중된 시기의 녹화사업 피해자 93명을 대상으로 집단 간담회를 실시해 당시 녹화사업의 실체를 규명한다. 또 22일에는, 80년대 초 학생운동 탄압과정에서 운동권 학생들이 대규모 구속·징집된 '무림·학림 사건'의 관련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초기 녹화사업의 도입과정을 파악한다.
피해자의 증언을 통해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가해기관과 관련자들이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는 현재, 녹화사업의 전모를 밝힐 수 있는 길은 피해자의 증언 하나하나를 모아 모자이크 식으로 짜 맞추는 일이다. 그렇게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 드러났을 때만이 가해기관 스스로가 녹화사업의 실체를 자백하게 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의문사위는 △강제징집·녹화사업의 객관적 피해를 규명하고 △권력의 부도덕성을 입증하며 △재발방지를 위한 근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다른 어느 때보다도 녹화사업 피해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절실히 요구된다.
한편, 의문사위는 당시 5공권력의 핵심부로서 강제징집 정책의 입안자와 시행 및 강제징집·녹화사업 시스템의 운용 책임자를 규명하기 위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박래군 조사3과장은 "녹화사업이 누구의 지시에 의해, 어떤 정치적 배경 아래, 어떤 운영 시스템으로 시행됐는지 밝히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라며, "이는 김두황 씨 등 녹화사업 관련 의문사 사건의 원인과 진상을 규명하고 그 사회적 배경을 밝히는데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이 "5공권력 핵심부에 당시 대통령이었던 전두환 씨가 포함되냐"라고 질문하자, 의문사위는 '그렇다'고 답했다. 의문사위 황인성 사무국장은 "당시 부가 청와대 최고위층과의 식사 자리에서 녹화사업이 필요하다고 지시 받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82년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청와대 만찬에서 입대한 운동권 학생들에 대한 얘기를 듣다가 최경조 보안사령부 대공처장에게 '뭐하는 거냐'며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 동안에도 의문사위는 당시 문교부 정책입안자들을 소환 조사중이었다. 앞으로는 당시 병무청 관계자, 검찰 관계자 등도 줄줄이 소환할 예정이다. 또 전두환 씨는 늦어도 8월말까지 소환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