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인권교육 뿌리내리기…다산인권센터
수원의 다산인권센터는 90년대 중반 노동상담을 시작으로 명실상부한 지역인권단체로 자리잡았다. 다산인권센터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공개강좌를 시작한 것은 96년부터다. 이후 지역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99년부터는 교사들을 통해 강의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인권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박진 씨는 "흔히 인권교육을 민주시민교육 정도로 알고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회성 강의요청이 많다. 보통 인권에 대한 소개와 비디오를 보고 함께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산인권센터 역시 다른 단체처럼 장기적 교육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지난해에는 한 실업고등학교에서 정체성교육 차원에서 1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하루에 한반 씩 9주 동안 인권교육을 진행했다. 박씨는 "성적이 낮아 실업학교에 진학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생들은 대체로 자신감이나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다"며 정체성 교육의 취지를 설명했다. 처음엔 교육시간이 6시간이었지만 첫날 기자들이 대거 참관하자 교장은 바로 교육시간을 반으로 줄이고 명칭도 인권교육대신 민주시민교육으로 변경을 요구했다고 전한다. 한학년 전체를 교육한 보기 드문 시도였지만 인권교육은 올해로 이어지지 못했다.
다산인권센터는 인권강의뿐 아니라 문화활동과 결합해 다양한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98년 지역청소년들과 문화제를 진행했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청소년 모의법정 원고 공모를 하고 있다. 학교폭력이나 동성애, 청소년 성매매 등 인권관련 주제에 대한 글 중 우수작을 뽑아 장학금도 지원하고 학생의 날 수상작을 시연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인권메뉴얼 공책과 아동권협약 포스터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또 지난 9월에는 가정․학교․사회․노동 분야에 대한 청소년들의 인권의식을 조사해 발표했다. 수원지역 청소년인권센터에 대한 구상을 밝혀 주위의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올 여름 다산인권센터는 전교조와 함께 인권교육을 경기도 교육청의 직무연수 과정에 넣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정원미달로 강좌는 열리지 못했다. 박 씨는 "단체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데다 다른 곳에서 무료강좌를 하는 곳도 있고 인권에 관심 있는 사람도 적다"며 어려움을 털어놨다. 다행인 것은 최근 교사들의 인권교육 신청이 모여 19일 1박2일로 교사워크샵이 진행된다는 점.
박씨는 "책만 보고 인권교육을 시작할 때는 막막했는데 2000년 활동가워크샵이 인권교육 진행에 큰 도움이 됐다"며 "때로 교육내용이 새로 채워지기 보다 제한된 것들을 퍼나르기에 급급한 것 같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인권교육을 하거나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그간의 경험을 공유하고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