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백서 발간…"차가운 시선" 난관
전두환 정권이 저질렀던 대표적 인권유린 사건, '삼청교육'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힘겨운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5일 삼청교육대인권운동연합(아래 삼인련)은 『2002 삼청교육대백서(하)』(아래 백서)를 발간해 삼청교육의 실상을 다시금 국민들 앞에 소개했다. 2001년 『백서(상)』에 이은 두 번째 백서 발간이다. 이번 백서는 국방부, 청송감호소 등 삼청교육과 관련된 기관의 자료와 피해자들의 증언을 주요하게 수록하고 있다.
힘없는 사람들이 사회악?
'백서'는 저학력자 등 사회적으로 가장 힘없는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검거됐으며, 이는 국방부가 1982년에 펴낸 『계엄사』를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계엄사』에 따르면, 삼청교육대로 끌려간 사람들 가운데 대학졸업자가 1.6%인 반면 초등학교 졸업자는 48.6%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5차례 이상의 전과가 있는 사람은 8.2%인데 반해, 초범은 22.3%이며 전과가 없는 사람도 35.9%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백서는 삼청교육대상자 가운데 폭력사범이 80.8%를 차지한다는 국방부의 통계가 실제보다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피해자의 증언을 종합해 볼 때, '친구들끼리 싸우다', '이웃간의 싸움을 말리다', '술을 마시다 시비가 붙어서' 등 우발적인 사건에 휘말려 잡혀간 사람들이 폭력범으로 둔갑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4주 교육이 5년으로 연장
삼청교육대로 끌려간 사람들은 경찰의 임의적인 기준에 따라 A·B·C·D 등급으로 분류되었으며, 이 중 B·C급에 해당하는 3만9천7백42명이 25개 군부대로 분산 수용돼 '지옥의 순화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4주 교육 후 집으로 돌려보내 준다는 약속은 6개월간의 강제노역에 이어 또다시 최장 5년의 감호형으로 이어졌다.
신군부에 의해 자행된 끔찍한 폭력에 대해, 백서는 "기본 순화교육기간동안 고분고분하지 않았던 사람에게 철저한 보복을 가함으로써 이들이 사회에 나가더라도 더 이상 국가에 저항할 수 없도록 만드는 데 있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결국 삼청교육은 5공화국 초기 국방부와 법무부 등이 합작해 만들어낸 공포통치의 한 수단이었다는 것이 백서의 주장이다.
"이런 거 놔두고 민주국가 되나?"
그로부터 22년이 지났다. 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커녕 피해자에 대한 배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삼청교육은 청산되지 않은 과거로 남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백서는 삼청교육의 진상을 밝히려는 피해자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삼청교육과 관련된 자료를 찾기 위해 경찰청, 국방부 등에 수차례 정보공개를 요청했으나 '모두 폐기됐다'는 회신을 받았을 뿐이라고 한다. 하지만 삼인련 회장 전영순 씨는 발품을 팔아가며 곳곳의 정부자료실을 뒤졌고, 삼청교육과 관련된 자료들을 일부나마 찾아냈다.
전 씨는 "어느 정도 삼청교육의 실상이 밝혀졌지만 여전히 '갈만한 사람이니까 갔지'라는 사람들의 시선이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며 결국 삼청교육 문제 해결은 "피해자인 우리가 해야할 몫"이라고 말한다.
전 씨는 또 "이런 거 놔두고 민주국가 되나?"라며 "어서 빨리 삼청교육대 특별법이 제정돼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배상, 책임자에 대한 처벌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삼인련은 오는 23일 오후 2시 서울 한국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열어 2월 임시국회 내에 삼청교육 관련 특별법의 제정을 촉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