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은 성차별금지 및 성폭력사건 해결을 위한 내규를 통해 매년 2차례 반성폭력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3년 구성된 10기 반성폭력위원회에서는 지난 상반기 교육을 통해 사랑방 10년의 반성폭력 운동을 돌아보았으며, 지난 2014년 1월 23일 ‘공동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 한발 더 나가기 위한 발걸음’이란 주제로 늦은 하반기 교육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공동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해결은 최근 사랑방 반성폭력운동에서 함께 고민하고 있는 주제였습니다. 9기 반성폭력위원회에서 진행한 교육, 10기의 상반기 교육 또한 이 맥락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낯선 주제는 아니지만, 현실에서 발생하는 사건은 언제나 어려운 주제였습니다. 상반기 반성폭력교육을 통해 우리안의 평등한 관계, 젠더권력에 대한 긴장, 일상에서 반성폭력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였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에 대한 궁금증은 계속 존재하였습니다. 지난 10년간 성폭력 사건에 대한 경험, 해결에 대한 경험이 각각 다른 상황에서 공통의 감각을 만들기 위해 함께 꾸준히 이야기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하반기 반성폭력 교육은 이에 대한 공통의 감각을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하늘을 덮다-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의 진실』의 편집자이자 전 사랑방 자원활동가였던 계영님과 함께 이 사건에서 생긴 문제점을 살펴보고, 우리의 고민을 함께 나눠보게 되었습니다.
피해자중심주의는 어떻게 실현해야 할까?
피해자중심주의는 성폭력 사건을 조사하고 해결하는데 있어 피해자의 경험, 기억, 감정등을 존중하여 이를 적극적인 기준으로 삼으며,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재차 가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보호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운동사회에서는 남성중심주의적, 가부장제 사회에서 ‘객관성’이란 이름으로 피해자의 경험과 사건에 대한 해석을 제한하는 현실을 넘기 위해 피해자중심주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성폭력사건을 해결해 왔습니다.
하지만 사랑방에서 피해자중심주의를 어떻게 구현할지는 개개인의 감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건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상황에서 ‘살아있는 피해자중심주의’는 무엇일지, 피해자의 치유를 위해 공동체의 역할이 무엇일지 피해자의 요구와 공동체 사이는 공백의 영역이었습니다.
토론시간에서 이에 대한 각자의 고민들이 나눠졌습니다. 성폭력사건에서 다른 사람들이 손을 놓고 있으니 피해자에게 묻게 되고 피해가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 피해자가 발생하면 자신의 말이 2차 가해가 될까봐 말을 하지 않고 일단 피해자가 얘기 하는 대로 가자하는 상황은 피해자에 대한 설득이나 조정, 위안이 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마련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소통의 공간은 “그래서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데”가 아닌 “지금 어때? 괜찮아?”라고 물을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생각 됐습니다.
이 공간, 즉 피해자를 지지하는 집단이 만들어 졌을 때, 그 공간이 피해자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집단이 아니라 사건을 함께 객관적으로 구성하는 집단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서로간의 신뢰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배제되지 않고 사건해결의 주체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고민도 나눴습니다. 이는 피해자가 단지 피해당사자로 불리는 게 아닌, 정치적 주체, 투쟁의 주체로 일어서도록 공동체가 노력해야 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리인과 지지집단이 피해자를 타자화하지 않는 방법의 해답이 그 속에 있지 않나 생각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논의를 진행하며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공동체’ 내 성폭력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렇다면 반성폭력에서 공동체가 무엇일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진 못했습니다. 공동체의 역할을 이야기에 앞서 피해자중심주의에서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동체’ 도대체 무엇일까?
성폭력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 있어 공동체의 역할과 책임은 매우 중요하게 이야기 됩니다. 피해당사자의 치유, 사건에 대한 해결과정에서 공동체가 그 역할을 맡아 책임짐으로써 피해자가 피해생존자로 다시 공동체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되고, 공동체가 반성폭력 가치를 구현할 때 사건에 대한 올바른 해결이 진행될 것이라는 운동사회 반성폭력운동의 기조는 성폭력의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과 그 맥락이 맞다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공동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서로간의 의미와 지지가 얼마나 존재하는지, 공동체가 얼마나 신뢰관계를 지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계속 관계를 이어가고 맺고 싶은 공동체가 어디일지도 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하늘을 덮다-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의 진실』에서 이 사건의 가해자는 민주노총 조합원이었지만, 우리에게 전교조의 사건으로 기억되는 건 피해자가 사건해결의 주체로 전교조를 선택한 것, 내가 정치적으로 관계를 이어가고 맺고 싶은 공동체가 전교조라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피해자의 관점에서 공동체가 어디였는지에 주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성폭력사건의 해결을 이야기 하며 피해자와 공동체의 회복을 이야기 하며, 그것의 새로운 과정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공동체의 회복이라고 이야기 했을 때, 원래 구성된 공동체를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던 걸 틀어 새롭게 공동체를 구축하는 과정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것. 그 과정에서 성에 대한 금기, 가부장제, 남성중심주의와의 투쟁을 진행하는 게 공동체의 회복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외에도 하반기 반성폭력 교육에서는 성폭력사건에 대한 각자의 고민들과 경험, 이야기를 다양하게 나누었습니다. 사건의 해결과 판단이 아닌 회복과 치유, 정치적 투쟁으로 반성폭력에 대한 고민은 무엇일지, 금언령이 아닌 방식은 무엇일지 고민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각자의 경험과 고민을 간담회 방식으로 나누는 자리였던 만큼 처음 참가한 자원활동가가 쉽게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평가에서 2014년 교육에 대한 방향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10기 반성폭력위원회는 이번 교육을 마지막으로 활동을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2014년 구성될 11기 인권운동사랑방 반성폭력위원회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