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노조탈퇴 서약서까지 강요
새 정부가 출범하는 새벽, 공무원노조 조합원에 대한 전격 체포와 농성장 침탈이 자행됐다.
25일 새벽 6시경,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 차봉천, 아래 전공노)의 설남술 부위원장과 광주지역본부의 최종수 본부장 등 4명의 지도부가 각각 자택 부근과 광주 북구청 앞 농성장에서 북부경찰서로 연행됐다. 경찰은 이번 연행과정에서 농성장까지 침탈, 압수수색 영장도 없이 컴퓨터 등 물품을 압수해 갔으며, 연행된 지도부에게 컴퓨터의 패스워드를 밝힐 것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도부들은 지난해 3월 23일의 전공노 결성과 같은해 11월의 연가투쟁 등을 주도한 것과 관련, 설남술 부위원장과 오명남 사무처장의 해임이 지난 1월 13일 결정되자 이들의 징계 철회를 요구하며 광주 북구청 앞에서 17일째 농성을 벌여왔다.
전공노는 체포 대상자 모두가 경찰에 자진출두 의사를 이미 밝힌 상황이고, 정부와 전공노 사이의 협상이 시작되려는 시점에서 일어난 이번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분노를 표명했다. 전공노 김정수 대변인은 "공무원노조를 전교조 수준에서라도 허용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과 인수위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일어난 이 같은 사태는 이제 막 시작되려는 대화국면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혹평하고,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 중단과 정부의 일관성있는 정책을 촉구했다.
한편, 지난해 말 이래 전공노 소속 조합원에 대한 징계와 지도부의 사법처리 등을 통한 정부의 다각적인 탄압도 계속되어 왔다. 전공노에 따르면, 연가투쟁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행정자치부가 개별 지자체에 주동자에 대한 징계지침을 하달한 이래, 지금까지 지자체 차원에서 총 31명의 지도부들에 대한 해임과 수백명 조합원에 대한 정직·감봉 등의 징계가 취해졌다.
더구나 최근에는 검찰이 지도부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노조탈퇴 서약서까지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노 울산본부 동구지부 허승곤 정책부장은 "지난 1월말 울산지검에 출두, 검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불법적 단체행동에 참여하지 않고 법에 따라 행동할 것을 약속'하는 서약서를 제출하면 선처해 주겠다는 강요를 당한 바 있다. 울산본부 소속 30명이 넘는 지도부들이 똑같은 강요를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허 정책부장은 "현재 공무원노조가 '법외노조'인 상태에서 불법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노조를 탈퇴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서약서 제출을 거부, 현재 지방공무원법과 집시법 위반 등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허 정책부장 외에 울산본부 소속 지도부 4명 역시 같은 이유로 사법처리된 상태에 있다.
이에 대해 전공노는 21일 성명서를 발표, "울산뿐 아니라 서울본부에서도 검찰에 의한 노조탈퇴 서약서 강요가 이뤄지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검찰의 구시대적인 작태를 규탄하고 강력 대처 방침을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