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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이라크 파병 선발대 마침내 출국

파병반대 항의시위 곳곳에서 벌여져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추악한 침략전쟁에 동참하는 전범 국가가 되었습니다."

17일 오후 5시, 한국군 파병 선발대 20명이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안으로 사라지자, 파병에 항의하던 시위대 사이에서 통탄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사회 각계각층의 파병반대 요구에도 불구하고, 결국 파병 선발대는 이렇게 이라크를 향해 출국했다.

'전쟁반대평화실현공동실천', '미군장갑차 고 신효순·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 소속회원들과 학생·사회단체 활동가 30여명은 이날 오후 1시 30분 용산 국방부 앞에서 한국군 파병 선발대 출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후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 파병 선발대가 출국하는 공항 입구에서 '학살전쟁 파병반대', '대한민국 전범국가'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가한 '다함께' 활동가 김광일 씨는 "정부가 이라크 전쟁이 끝났다며 이제 파병은 학살전쟁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고 선전을 하는데, 전쟁이 끝났다면 왜 파병을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김 씨는 "식민통치를 위해 이라크 민중과 벌이는 미국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며 파병을 결정한 정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반면 선발대에 포함된 문인숙 간호장교는 "국가를 위해 선발된 것이 자랑스럽다"며 "파병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지나고 국가 이익 차원에서 판단될 것"이라 말해 대조적인 시각을 보였다.

이날 인천국제공항에는 시위대로 곤혹스러워하는 파병 선발대와 이들을 배웅하러 나온 가족, 그리고 파병을 반대하는 시위대의 모습이 서로 엇갈렸다. 눈물짓는 엄마의 손을 잡으며 "파병반대? 엄마, 이 사람들 왜 여기 있어?"라고 묻는 어린아이, "멋지다, 자랑스럽다. 우리 아들!" 하며 출국하는 아들의 힘을 북돋우는 어머니, "학살전쟁 파병을 반대한다"며 선발대를 향해 피켓을 높이 들어 보이는 시위대가 뒤섞이면서 착잡한 풍경을 연출했다.

이날 서울 시내에서도 파병을 반대하는 기습시위가 이뤄졌다.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 지원연대' 소속 회원들은 오전 8시 30분, 광화문 앞 세종로를 점거하고 "오늘은 대한민국이 전범국가가 된 날입니다"라는 현수막을 펼친 채 시위를 벌였고, 12시경에는 종로에서 '파병이 만드는 풍경'을 주제로 한 퍼포먼스를 하다 연행되기도 했다.

한편, 파병 본대는 이 달 30일과 다음달 14일에 출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