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법, 김준배 사망사건 관련 의문사위 재정신청 기각
최근 법원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 아래 의문사위)의 조사결과를 부정하고 검찰의 손을 들어주는 결정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져 크나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30일 광주고법 제1형사부(박삼봉 부장판사)는 의문사위가 지난 97년 사망한 한총련 투쟁국장 김준배 씨를 폭행한 혐의로 고발한 이모 경장을 불기소처분한 것에 불복해 낸 재정신청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렸다. 앞서 지난 1월 16일, 의문사위는 당시 아파트 2층에서 경찰의 폭행사실을 목격한 신모 씨 등의 진술과 일본 법의학자 가미야마 자타로 씨의 감정 소견을 주요 근거로 재정신청을 제기, 불기소처분의 부당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어 김준배 씨가 이모 경장의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인해 사망했다며 의문사위가 제시했던 증거의 신빙성을 죄다 부정하면서, "검사가 피의자에 대하여 무혐의 결정을 한 것이 잘못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신모 씨가 수년이 지나서야 목격 사실을 의문사위에 말했다는 것이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는 점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는 것이 정상인데 신모 씨는 나중의 진술이 처음 진술보다 더 구체적이라는 점 △7층 주민과 동료 경찰관들이 구타사실이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다는 점 등을 제시했으며, 내부 장기 손상의 발생 시차를 고려할 때 추락 이후 별도의 충격이 있었을 것이라는 가미야마 씨의 감정 소견에 대해서도 신빙성이 없다며 배척했다. 이는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채택한 근거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대해 의문사위는 지난 6일 원심법원의 결정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광주고법에 다시 즉시항고장을 냈다. 의문사위는 항고장에서 △당시 추석을 쇠러 광주에 잠시 들렀던 목격자 신모 씨가 자진해서 경찰의 구타 사실, 그것도 운동권 학생에 대한 구타 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 △새롭게 드러난 정황사실을 토대로 신문할 경우 목격자의 진술이 구체화될 수 있다는 점 △신모 씨가 7회 이상 검찰 조사를 받는 동안 진술을 번복하지 않았고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도 음성판정이 나왔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의문사위는 또 김준배 씨의 주된 사망원인이 추락 후 가해진 폭행이 아니었더라도, 김 씨가 추락 후 생존하고 있었으며 폭행이 가해진 사실도 명확한 만큼 이모 경장의 폭행이 김 씨의 사망에 영향을 주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원심 재판부가 아래 상황을 제대로 목격하기 힘든 7층 주민과 진술을 자주 번복한 동료 경찰들의 진술은 받아들이면서도, 당시 2층에서 상황을 정확히 목격했고 일관된 진술을 내놓고 있는 신모 씨의 진술을 배척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어 이번 기각결정이 검찰의 편을 들어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추모단체연대회의 역시 8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김준배 독직폭행치사 사건의 진실은 수사권도 없는 의문사위가 맨주먹으로 얻어낸 결실이었다"며 결정적 증거들을 채택하지 않고 재정신청을 기각한 원심 재판부를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