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병역거부자의 날, 이스라엘을 향한 외침
15일 이스라엘 병역거부운동을 주제로 한 올해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을 맞아 한국의 병역거부자들이 이스라엘 대사관 건너편에서 '학살행위와 병역거부자 인권탄압 중단'을 외치며 이스라엘 정부를 규탄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이날 캠페인은 영국, 미국 등 7개국 10개 도시에서도 동시에 진행됐다.
15일 오후 1시 한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 건너편에 모인 병역거부자들은 손목에 평화를 상징하는 하늘색 손수건을 매고 '팔레스타인 민중 학살과 병역거부자에 대한 인권탄압을 중단하라'고 외쳤다. 이와 함께 병역거부자의 고통을 알리고 전쟁이 아닌 평화를 요구하는 다양한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이날 행동을 주관한 병역거부자들의 모임 '전쟁 없는 세상'의 나동혁 씨는 "현재 이스라엘에는 200명이 넘는 병역거부자들이 수감돼 있고, 이 가운데 8번 이상 수감된 사람들도 있다" 비판하고, "이스라엘의 병역거부자운동은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학살에 반대하는 저항행동으로서 병역거부자 수는 1987년과 2000년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봉기를 전후로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살행위 중단 요구와 병역거부 인정 요구가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날 참석한 사회당 신석준 대표는 "48년이래 75만 여명의 팔레스타인을 거주지에서 쫓아내고, 얼마 전 돌을 던졌다는 이유로 어린 아이에게 총을 난사하고, 팔레스타인 거주지 파괴에 저항하는 국제평화운동가를 포크레인으로 밀어버린 나라가 이스라엘"이라며 "이스라엘 정부는 전세계 민중이 그러한 만행에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해방연대 바람 씨도 "여성도 징집하는 이스라엘은 전세계에서 대규모 여성 병역거부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유일한 국가"라며, "정부는 양심위원회를 두어 병역면제를 받을 권리를 보호하는 양 하지만, 실상은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러한 권리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며, 알고 있다 해도 매우 치욕적인 면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비난했다. 바람 씨는 또 "군대 없는 사회만이 진정한 평화를 보장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이스라엘 여성들과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캠페인이 진행되는 동안 대표단은 학살행위와 인권탄압에 대한 항의서한을 전달키 위해 이스라엘 대사관을 방문했으나, 대사관측은 경찰력을 동원해 항의서한 접수조차 거부하는 상식 이하의 태도를 보였다.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은 1982년부터 매년 특정 국가 혹은 지역의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인권탄압을 규탄하는 국제연대행동의 날로 이어져왔다. 특히 올해는 이스라엘의 병역거부자 탄압과 학살행위 규탄을 주제로 국제연대행동이 조직돼 지난 9일부터 이스라엘에는 전세계 병역거부자들이 모여 국제회의와 다양한 직접행동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예비병역거부자인 은국 씨와 평화인권연대 최정민 씨가 현지 행사에 직접 참석하고 있다. 한국의 병역거부자들이 이러한 국제연대행동에 동참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