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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사회보호법, 야만의 벽 허물어야"

피감호자 단식 5일째…인권단체들, 사회보호법 폐지 촉구


사회보호법 폐지를 요구하는 청송 제 2보호감호소 피감호자들의 단식 농성이 5일째를 맞이한 27일, 사회보호법폐지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는 '사회보호법 폐지와 청송보호감호소 피감호자들의 처우 대책'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오전 10시 30분 서울지검 기자실에서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찬운 공대위 집행위원장은 "현재 피감호자들이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며 "비인간적이고 반인권적인 사회보호법이 존치되고 있는 현실을 양심 있는 사람이라면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박 집행위원장은 또 "청송보호감호소 피감호자들의 상당수는 생계형 절도범인데, 이들이 통상 5년 이상 감호소에서 갇혀 지내다 작업 상여금으로 받은 몇십 만원을 들고 사회에 복귀하면 도대체 잠자리나 마련할 수 있겠느냐"면서 이들이 결국 빈곤에 못 이겨 다시 보호감호소로 두 번, 세 번 돌아갈 수밖에 없는 현 사회보호법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이처럼 청송의 피감호자들이 지난해 11월에 이어 또 다시 단식에 나서게 된 것은 지난해 단식 이후 법무부가 약속했던 '보호감호제도의 개선'이 6개월이 지나도록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불신과 함께, 피감호자들과 인권단체에서 줄곧 요구해 온 사회보호법 폐지와 관련해서도 법무부가 어떠한 조치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와 독일의 보호감호제도 다르다"

공대위는 현재 법무부가 사회보호법 상 보호감호제도의 폐지를 고려하기는커녕 독일에도 유사한 보호감호제도가 있다면서 오히려 그 정당성을 역설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영수 교수(경원대 법대)는 "법무부가 유사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독일의 '보안감호제도'와 현재 우리나라의 보호감호제도는 확연히 다른 제도"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독일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독일의 '보안감호제도'는 상습범에 대해 형벌을 가중하도록 하는 규정이 없어 이중처벌의 논란이 없을 뿐더러, 피감호자들이 수형자에 비해 더 나은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법률이 보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독일은 보호감호의 선고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준용해 '사회에 현저한 위험을 미칠 수 있는 자'에 한해서만 형법에 의거, 법관의 판단 하에 보호감호를 부과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상습성'의 인정 혹은 '재범의 위험성'에 대한 일정 요건이 충족될 경우 예외없이 보호감호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다르다는 것이 한 교수의 설명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현 피감호자가 1천6백여 명에 달하는 데 비해, 독일의 경우 2백50여 명에 불과한 통계를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피감호자의 절반 이상이 성 범죄자이고 40%이상이 살인·강도·방화 등 중범죄자인 데 반해, 우리나라 피감호자의 70% 이상이 단순 절도범인 사실 역시 두 나라의 보호감호제도가 그 취지는 물론 적용 대상도 매우 상이함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사회보호법, 나치시대 법률과 흡사

인권운동사랑방 유해정 활동가는 "현재 우리나라의 보호감호제도는 현 독일의 '보안감호제도'가 아니라 과거 나치 집권 직후인 1933년 11월에 제정된 '상습범에 관한 법률'과 매우 흡사하다"고 덧붙였다. "이 법에 의한 감호처분이 위험하고 악독한 중범죄자가 아니라 상습 절도범과 같이 단지 '성가신' 존재들에게 부과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결국 69년 독일 형법개혁 때 폐지되는 운명에 처했다"면서 나치 시대의 야만적 법률을 모태로 한 사회보호법은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유 활동가는 주장했다.

한편 이날 법무부 보호국장은 청송 제2감호소를 찾아가 피감호자들의 대표자들을 면담하고 처우 실태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