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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레미콘 노동자들의 사활을 건 투쟁

영화 <노동자다 아니다> 완성 앞둬

"노동조합은 인정하지만 노동자성은 인정할 수 없다."

지난해 대법원은 사활을 건 레미콘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 요구에 이 같은 판결로 재를 뿌렸다. 비정규직 노동자보다도 더 권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 이들의 벼랑 끝 외침은 2002년 레미콘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처절하게 드러났다. 이들 레미콘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을 보여주는 영화, <노동자다 아니다>가 곧 완성을 앞두고 있다.

2평 남짓한 작업실에서 최종 편집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김미례 감독은 첫 작품 <해뜨고 해질 때까지>에서 이미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힘겨운 삶을 보여준 바 있다. 이농해 와서 일용직 노동자로 평생을 산 김 감독 아버지의 삶이 모델이 되었다고 한다. IMF 당시 시나리오 공부를 하고 있던 김 감독은 당시 가장 먼저 거리로 내몰린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자신이 추구해야 할 영화의 방향도 극영화에서 기록영화로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지난 19일 1차 편집본 시사회를 마친 후 김 감독은 다시 힘겨운 재편 작업에 들어갔다. 작품에서 '레미콘 노동자들의 박탈당한 노동자성'을 드러내고, 깨지고 넘어지면서도 서서히 단단해지는 레미콘 노동자들의 투쟁을 두루 담아내고 싶었던 것이다. 주위의 평은 '너무 욕심이 많다'는 것. 무엇보다 김 감독이 덜어낼 수 없는 것은 예상치 못했던 이들의 '순박함'이라고 한다. 파업 초기 국민의례를 할 정도로 '합법투쟁'을 고수했던 순박한 사람들이 서서히 자신들이 처한 '기만적 착취의 구조'를 자각해 가는 과정이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작품의 후반부는 현재 이들이 당하고 있는 '쓰디 쓴 현실'을 보여주게 될 것 같다. 파업 참가자들은 '적색분자'로 분류되어 일손이 잘리고 말았다. 1년 반만에 살던 전셋집은 '보증금까지 다 까먹은 월세집'으로 변했고, 어쩌다 한 번씩 들어오는 '용차'에 가족들의 생계가 걸려 있다. 소주잔을 기울이는 노동자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지만 '여기서 나가면 텐트라도 치고 살아야 한다'고, '죽는 게 그리 쉬운 게 아니'라는 역설을 토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