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투기'협정이 몰고 올 악영향 짚는 토론회 열려
한미투자협정은 과연 경제적 실익을 가져올까? 9일 '한미투자협정저지를 위한 공동 대책위원회'와 '자유무역협정·WTO반대국민행동'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 자리에 모인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한미투자협정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은 경제적·문화적 종속협정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스크린쿼터 문제를 비롯해서 한미투자협정이 노동·환경·교육·문화 등 사회 각 분야를 관통하는 주요 사안으로 대두되면서 지난 7일 공동대책위가 꾸려진 데 이어, 이날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한미투자협정'의 문제점을 짚는 토론회가 마련됐다. 특히 이날 오전 '한미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 결의대회를 가진 문화·영화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주제발제에 나선 이해영 교수(한신대 국제관계학)는 "한미투자협정은 투자협정이 아닌 투기협정"이라며 협정의 체결이 외자유치에 따른 경제적 실익을 가져온다는 정부의 논리를 일축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정부는 외국인 직접투자를 높일 수 있다며 한미투자협정 필요론을 내세우지만 이미 주식투자까지 포함하면 국내 외국인 투자비율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6.4%로 결코 낮지 않은 수준이다. 문제는 이처럼 높은 외국자본이 대개 직접투자가 아닌 투기성 자본이라는 것.
이 교수는 "이 협정으로 들어오는 외국자본은 공장을 짓는 데 투자하는 것이 아니 라 M&A, 즉 안 굴러가는 공장을 헐값에 사들이는 데 쓰일 것이고, 이러한 투자(?)는 한국경제의 단물만 빨아먹는 투기성일 뿐"이라며 정부의 장밋빛 시나리오를 허상이라 비난했다.
투자 아닌 투기 자본 대량 유입될 것
현재 한미투자협정의 표준안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 교수는 지난 94년 의 표준안을 검토, △투자 개념의 포괄성 △투기자본에 대한 통제 불가 △외국자본에 대한 내국민·최혜국 대우 △각종 규제에서의 제외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 의 이용에 따른 사법주권 침해 등의 문제점을 짚기도 했다.
환경운동연합 여영학 변호사는 국내에서 고용, 환경 등의 문제가 발생해도 국내 사법권의 범위를 벗어나게 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자국의 공해산업을 수출하는 외국자본에 대해 우리 정부가 규제를 하려고 해도 외국자본은 국제분쟁센터에 한국정부를 제소할 수 있고, 이 경우 과거 외국의 사례처럼 국제분쟁센터는 기업의 손을 들어주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여 변호사는 미국기업 에틸사와 캐나다 정부의 소송 사례를 예로 들며, "자국의 환경보호법에 의해 에틸사의 유해물질 수입과 운송을 금지했던 캐나다 정부가 '투자 자 보호 조항'을 근거로 한 에틸사의 소송에서 패소하여 결국 수입금지조치를 취소했다"며 한미투자협정의 위험성을 역설했다.
또 전국언론노동조합 김광범 정책실장은 "협정이 체결되면 공중파나 지역민영방송 의 지분을 외국인이 장악해 외국인이 방송사 사장이 될 수도 있다"며 "여론을 만들어내는 언론을 외국인이 지배한다는 것은 정치, 입법, 행정 등 모든 분야를 넘겨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크린쿼터 축소는 깃털에 불과하다며 한미투자협정 반대투쟁의 선두에 나서고 있는 영화·문화계 역시 경제논리로 밀어붙이는 이 협정이 사회 각 분야에 미칠 위험성에 의견을 같이했다.
한미투자협정 저지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와 사회단체 대책위는 앞으로 한미투자협 정의 악영향을 알려내는 대국민 홍보에 주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