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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일본 피폭자 수당, 2세는 외면

한국 피해자에 건강수당 지급키로…한·일 모두 2세는 혜택 못받아

일본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원폭피해자들에게도 건강관리수당등 원호수당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같은 원폭후유증을 앓고 있는 2세들은 이 같은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최근 일본정부는 '피폭자 건강수첩'을 소지한 한국 거주 원폭피해자들에게도 자국의 '원폭 피폭자에 대한 원호에 관한 법률'(아래 피폭자원호법)을 적용, 빠르면 9월부터 건강관리수당 등 원호수당을 지급하기로 대한적십자사와 합의했다. 이에 따라 그간 일본에 거주할 동안에만 무료 진료와 원호수당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이 한국에서도 월 35만원 가량의 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됐다.

일본에 체류중인 원폭피해자들에게만 교부되어 오던 '피폭자 건강수첩'이 재외 한국인에게도 교부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71년 무료 치료를 받기 위해 일본에 밀입국한 원폭피해자 1세 손진두 씨가 일본정부를 상대로 '피폭자 건강수첩'을 받아내기 위한 힘겨운 법정 싸움을 시작, 1심과 2심을 거쳐 78년 최고재판소에서 모두 승소함에 따라 일본에 들어온 한국인도 건강수첩을 받을 수 있게끔 방침이 변경됐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거주지를 일본 국외로 옮긴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제한 요건을 둬 한국으로 귀국한 이후에는 건강수첩을 소지하고 있더라도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그러던 가운데 2001년과 2002년 곽귀훈 씨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국외에 거주하는 원폭피해자들에게도 원호수당을 제공할 것을 요구한 법정 투쟁에서 연이어 승소함에 따라, 일본정부가 해외 거주 피폭자들에게도 수당이 지급되도록 방침을 바꾼 것.

그러나 △이미 건강수첩을 교부받은 피해자 1세는 등록된 원폭피해자(2천여명) 가운데서도 절반 정도에 불과하고 △피해자들이 고령에다 원폭후유증에 따른 심각한 질환으로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친 후 다시 일본까지 가서 건강수첩을 교부받기에는 어려움이 크며 △지급되는 돈이 생활지원금은 아예 제외된 '최소액'의 건강관리수당에 불과해 치료와 생계 부담을 덜기에는 매우 부족하고 △국내에 지정병원 수가 매우 적고(2002년 9월 현재 20곳) 전문치료기관은 아예 없어 치료의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한·일 2세들은 아무 혜택 없어

이 외에도 같은 원폭후유증으로 고통받으면서 '질병과 빈곤의 악순환'의 고리 속에 놓여있는 원폭2세환우들은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커다란 한계를 갖는다. 현재 일본은 자국 원폭2세들에게도 피폭자 건강수첩을 교부하지 않은 채 단지 무료 건강진단의 혜택만을 제공하고 있을 뿐이어서, 일본의 피폭자2세회도 피폭자원호법의 확대 적용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24일 평생을 괴롭혀 온 폐렴증세로 또다시 병원에 실려간 뒤 아직까지도 입원 중인 원폭2세환우 김형률 씨는 "몸이 아파도 치료비 부담으로 맘껏 아플 수도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에게 제공되는 혜택은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2년에 한번 2만원 상당의 형식적인 무료 건강진단을 받을 수 있는 게 전부다.

지난 5일 발족한 '원폭2세환우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의 이광수 공동집행위원장(아시아평화인권연대 공동대표)은 "한국정부가 적극 나서 원폭2세들의 건강과 생활 전반에 관한 실태부터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본정부의 배상 책임을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김은식 사무국장도 "의학의 발달로 방사능피해의 유전성이 점차 입증되어가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 원폭후유증을 앓고 있는 원폭2세환우들에 대한 유전성 관련 조사가 이뤄져 원폭2세들도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