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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유료소개소, 간병인·환자 부담만 늘릴 뿐"

서울대병원 간병인들, 무료소개소 폐쇄 중단 촉구

서울대병원(병원장 박용현)이 지난 15년 동안 운영해온 간병인 무료소개소를 폐쇄하고 대신 사설 유료 간병인 업체를 도입하기로 해, 간병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뿐 아니라 환자 부담까지 가중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무료소개소가 병원 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폐쇄된 것은 지난 달 1일.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같은 달 17일 병원장은 노조와의 면담에서 유료 간병인 업체의 일방적 선정을 중단하고 노조가 자체 운영하는 무료 소개소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30일 병원 측이 약속 백지화를 통보해 왔고, 지난 1일 이에 항의하러 병원장을 면담하러 간 간병인 대표 등 6명이 원장실 앞에서 경비원들로부터 폭행 당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결국 간병인 대표 정원자 씨는 같은 날 병원 측의 약속파기를 규탄하며 본관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고, 7일부터는 간병인들의 릴레이 단식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기존 무료소개소 체제에서는 △간병인이 병원에서 공채되었고 △병원 간호부가 간병인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을 시행해 왔으며 △간병료를 병원에서 결정해 왔다. 하지만 사설업체에 맡겨질 경우 △간병인의 자격요건과 별도 교육이 없으며 △간병인이 부담해야 할 업체 입회비가 25만원, 월회비가 5만원에 이르고 △간병료를 업체에서 결정하게 돼 환자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간병인들이 24시간 노동으로 받는 돈은 고작 5만원. 이를 8시간 노동으로 환산하면 한 달 임금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50만원에 불과하다. 간병인들은 이렇게 극도의 저임금에 시달리면서도 무의식 환자 간병, 튜브식사, 가래뽑기, 투약 등 간호의 많은 부분을 담당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월회비 부담에다 이미 사설업체가 도입된 다른 병원에서 종종 보고되는 것처럼 장기환자 소개를 위한 웃돈을 요구받거나 업체 관리자가 손자 돌잔치 청첩장까지 돌리는 사례까지 발생한다면 간병인들이 당하는 착취의 정도는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한달 50만원에 월회비 부담까지

이에 대해 병원측 관계자는 "그동안 간병인들의 업무 태만에 대한 환자들의 항의가 계속돼 관리 경험이 많은 업체에 맡길 경우 의료 서비스 향상이 기대된다"며 "기존 간병인은 사설업체에 있었다면 부담해야 했을 가입비와 월회비를 내지 않았으니 그만큼 이득을 누려온 셈"이라고 주장했다. 또 "병원장은 노조측이 주장하는 약속 자체를 한 적이 없으며, 폭력사태도 간병인들이 원장실을 무단 점거해 경비원들이 제지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병원 안모 간호사는 "기존 간병인은 오랫동안 근무해 병원 시스템을 잘 알고 간호사와 의사소통이 잘 된다"며 "사설업체 간병인은 매번 다른 사람이 들어와 그때마다 업무를 설명해 줘야 하고 전문적이라는 느낌을 못 받았다"고 반박했다. 병원 현관 앞 단식농성장을 지나던 환자 나모 씨(60)도 "업체가 간병료를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 자체가 환자에 대한 횡포"라며 "간병인은 병원에서 공채로 뽑아야 환자들이 좋은 서비스를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7일 서울대병원 본관 건물 앞에서 열린 항의집회에 참석한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대표도 "간병 비용은 '간호료' 명목으로 환자가 이미 지불한 병실료에 포함돼 있어, 환자가 따로 간병인을 두는 것 자체가 이중부담"이라며 "간병 업무를 외부업체에 맡기지 말고 병원이 직접 관리하는 것이 공공의료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