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과 극우세력들이 연일 송두율 교수의 '친북 행적'을 하나둘 들추어내며 그를 '빨갱이', '거물 간첩'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레드 컴플렉스와 안보상업주의에서 밥줄을 찾는 이들이 물 만난 물고기처럼 색깔공세에 나서고 그를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지 않는 현 정권의 '이념적 편향'에 시비를 거는 모습은 너무나 익숙하지만 여전히 낯뜨거운 한국사회의 야만을 고백한다.
그러나 지금의 지형을 더욱 혼탁하게 만드는 것은 소위 '송두율을 위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말한다. 그의 '행적'과 '거짓말'에 너무나 당혹스럽다고. 그들은 꾸짖는다. 그가 경계인을 자초하면서도 너무나 북에 깊숙이 발을 담갔다고. 그들은 타이른다. 여유를 갖고 검찰수사 결과를 지켜보자고. 그러면서 애걸한다. 그가 이제 남한을 '선택'했고 사실상 '전향'한 만큼, 우리 사회가 '실패하고 방황하는 지식인' 하나쯤 포용 못해서야 되겠냐고. 경건한 어조로 관용과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야기하지만, '지금 그대로의 송두율'이 아닌 '자유 대한의 품에 안긴 귀순자로서의 송두율'을 옹호한다는 점에서 이들 역시 레드 콤플렉스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더 이상 이러한 야만의 칼부림을 두고볼 수 없다며 그 동안 침묵해 왔던 이들이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9일 오후 진보네트워크센터와 '송두율 교수 사건 교수·학술연구자 비상대책위원회'는 국가보안법과 송두율 교수 처벌·추방에 반대하기 위한 이슈 페이지(http://freesong.jinbo.net)를 개통하고, 온라인 1인 시위 배너달기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슈 페이지에 1호 글을 게시하기도 한 김규항 씨는 "국가보안법을 찬성하는 자들과 반대하는 자들이 아니라, 국가보안법을 찬성하는 자들과 인정하는 자들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형국"이라며, 국가보안법에 의한 상흔을 훈장처럼 내세워 왔던 이들이 송 교수에 대한 색깔 덧씌우기에 반대하면서도 바로 그 국가보안법을 전제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어이없는 현실을 강하게 질타했다.
김 씨는 또 송 교수에 대한 관용론에 대해서도 "반공주의 파시즘체제의 유물인 국가보안법을 전제로 송 씨를 비판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강조한 뒤, "송 씨의 죄가 국가보안법으로부터 비롯되고 국가보안법이 악법이라면 그의 죄를 인정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왜 그를 동정하고 관용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김종서 교수(배재대 법학)도 "국가보안법이 없었더라면 아무런 죄도 되지 않았을 행위가 지금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개혁·진보진영이 그의 조선노동당 가입 사실에 당혹해하고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설'(設)에 충격을 받을 것이 아니라 국가보안법이 이 모든 상황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또 "그가 설령 조선노동당에 가입하지 않았고 정치국 후보위원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에 대한 사상검증절차는 똑같이 진행됐을 것"이라며,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의 망령으로부터 벗어나야 함을 강조했다.
장호순 교수(순천향대 신문방송학)는 국가보안법이 악법이라는 사실을 전제로 하면서도 "송 교수의 과거 전력이 지금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것도 아니고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닌데, 왜 소모적인 정치 이데올로기 논쟁을 계속하고 있는가"라며 언론과 정치권의 부풀리기를 질타했다. 또 "진보진영을 포함하여 지금 우리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은 이 땅을 찾아온 한 지식인이 아니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이 땅을 떠나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권"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더 이상 송두율을 위한 '변명'은 필요치 않다. 문제는 송두율이 아니라 국가보안법의 망령에 사로잡혀 한 인간의 인격을 송두리째 말살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인권하루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