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폭력진압으로 노동자대회가 피로 얼룩졌다. 9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여한 5만 여명의 노동자와 시민들은 본대회를 마치고 광화문까지 거리행진에 나섰다. 경찰은 93개 중대 1만여 명의 전경을 투입해 진압에 나섰다.
종로1가 인도에서 시위를 구경하던 김모 씨는 방패로 밀어붙이는 전경들에게 항의하다 전경대열 속으로 끌려가 집단폭행 당했다. 주위 사람들이 구급차를 불렀으나 전경대열에 에워싸인 김 씨는 30분 넘게 길바닥에 쓰러져 있어야 했다. 시청 근처에서는 전경들이 사수대로 나선 70여 명의 노동자들을 진압한 뒤 피를 흘리며 연행되는 노동자의 등을 방패로 내려찍기까지 했다. 이날 진압으로 50여 명이 중상을 입었고 100여 명이 부상당했으며 113명이 연행됐다.
이날 경찰폭력 감시단으로 활동한 평화인권연대 손상열 상임활동가는 "시위가 일부 폭력적으로 흐르더라도 경찰 진압은 법적 한계 내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경찰이 아무런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까지 방패와 곤봉으로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긴급구호가 필요한 부상자들에게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한 것은 분명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이날 경찰의 진압은 최근 이어진 분신 자결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지 않은 채 폭력진압만을 고집해온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달 29일 종묘공원에서 열린 노동탄압 규탄대회에서는 행진 차로 확보 문제로 신경전이 벌어졌다가 경찰이 시위대를 기습해 투석전이 벌어졌고 평화행진을 요구하며 연좌농성에 들어간 노동자들을 방패로 툭툭 치고 반발하는 사람을 가격하는 등 충돌을 유발했다. 이어 이달 6일 대학로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 후 탑골공원까지 거리행진을 벌이던 노동자 중 50여 명은 방패와 곤봉에 맞아 척추와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날 연행된 민주노총 이정영 조직국장 등 두 명은 이후 구속됐다.
하지만 전날 시위에 대해 노 대통령은 10일 오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폭력시위로는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며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매도했다. 게다가 같은 날 최기문 경찰청장도 시위에 화염병이 등장한 것을 빌미로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사법처리를 검토하고 있다"고 위협했다.
이에 대해 10일 민주노총은 성명서를 통해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노동자들을 줄줄이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손해배상 가압류와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해결할 것입니까"라고 반문하며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당장 할 수 있는 400억 대의 공공부문 손해배상 가압류를 취하있고 정부가 사용주인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없앨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노동자대회에서 경찰폭력 감시활동을 벌였던 다산인권센터 등 29개 인권단체들은 '노동탄압분쇄 범대위'와 공동으로 11일 12시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력진압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를 규탄할 예정이다.
인권하루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