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리에 사로잡힌 천편일률적인 영상문화가 일상 깊숙이 침투한 현실에서 문화적 권리의 획득이나 공공문화 창출을 부르짖는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4호선 충무로 역사에 위치한 '활력연구소'는 주류 문화의 틈바구니에서 벗어나 독립문화를 접할 수 있는 희귀한 공간인데, 자칫 폐관될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해 11월 개관한 활력연구소는 서울시의 '지하철문화공간조성사업계획'의 일환으로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영상미디어센터이다. 그러나 애초 합의와는 달리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운영비 지원을 철회해 끊임없는 재정 압박에 시달려 왔다. 공공문화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조차 부족한 서울시를 상대로 지리한 싸움을 계속해 왔던 활력연구소는 결국 올 7월 서울시와 공공 영상미디어센터의 취지에 걸맞은 새로운 운영자를 공모하자 데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서울시는 구체적인 사업목적이나 방향조차 제시하지 않은 채, 자체적인 운영비 마련을 강조한 공모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에 '서울시 문화행정 개혁과 충무로영상센터 활력연구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는 2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 방침에 따라 운영업체가 선정될 경우 "공간의 공공성을 심대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활력연구소는 그간 재정 부족으로 40% 정도의 프로그램밖에 가동하지 못하는 실정에서도 1만3000여명에 이르는 회원을 보유하면서 영상교육과 저렴한 비용의 독립영화들을 제공해 왔는데, 이마저도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다양한 문화를 저렴한 비용으로 향유할 수 있는 공적인 문화공간이 수익성만 내세운 상업적인 소비공간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활력연구소 운영팀의 김완 씨는 이번 서울시와의 마찰은 "공공의 영역에서 '미디어센터'를 어떻게 다뤄줄 것인가에 대한 예고편"이라고 말한다. 미디어센터는 주류 미디어에서 좀처럼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소통하게끔 만드는 대안 미디어의 산실로서, 광화문의 영상미디어센터를 비롯해 전주, 울산 등 지역에서도 미디어센터 추진운동이 일고 있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의 미디어 센터가 지자체나 여타의 정부기구와 관련을 맺고 있어 활력연구소를 둘러싼 갈등이 앞으로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대위측은 "활력연구소의 프로그램들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나가겠다"며 "공공 영상미디어센터의 설립 목적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운영자가 선정되지 않도록 막아낼 것"이라고 의지를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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