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영작 :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외출 혹은 탈출>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로드니 킹 사건부터 오사마 빈 라덴을 담아낸 영상에 이르기까지 캠코더의 위력은 산업혁명 이래로 가장 위대한 기술적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할만큼 엄청나다. 새로운 영상혁명시대 인권운동가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도 이제 카메라는 그들에게 하나의 무기이다. 이 영화는 이러한 캠코더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서 여러 저널리스트들과 미디어 활동가들의 작업을 조명해본다.
<외출 혹은 탈출>
두려움, 편견, 불편함을 넘어 집 밖으로의 탈출을 시도한 중증장애인의 경험과 일상을 통해, 집 밖에 나오기를 꺼려하는 장애인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그들이 직접 세상 밖으로 나오는 걸음에 작은 도움이 되고자 한다.
△ 부대행사 : 조동원(미디액트 정책실장)의 대안미디어운동 강연 및 장애인 영상활동가 김주영씨와의 만남
지난 5월 한국방송(KBS) 시청자제작참여프로그램인 '열린 채널'에 방영된 <외출 혹은 탈출>은 중증장애인인 연출자가 직접 만든 영상물로, 두려움과 위험을 넘어 집 밖으로의 탈출을 시도한 자신의 경험과 일상을 통해 장애인이 겪는 문제와 고민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에는 전문가의 기교도 현란한 영상도 없지만, 장애인 당사자가 자신의 문제를 표현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진정성을 갖추고 있다.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Nothing about us without us!"(우리 없는 우리에 관한 건 없다!)라는 장애인당사자주의 슬로건의 의미가 명확히 다가온다. 장애인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고, 권리를 요구할 때 보다 강력한 힘과 설득력을 갖게 됨이 미디어 안에서도 예외는 아닌 것이다.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의사소통과 정보 전달의 주요한 수단인 미디어에 접근하고, 미디어를 이용해 자기의 의견과 생각을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권리가 주어져있다. 그런 점에서 언론이나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 그러한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고 적극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공간의 창출과 미디어교육 기회의 확대는 인권운동의 영역으로 사고되어야 한다. 특히 주류매체에서는 장애인과 이주노동자, 여성, 청소년 등 소수자와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좀처럼 듣기 어려웠던 것이 우리의 현실임을 감안할 때 이는 더욱 중요성을 갖는다.
그런 점에서 다양한 사회구성원, 특히 우리 사회의 소수자와 소외계층이 미디어를 매개로 사회참여의 주체로 서는 자리가 조금씩 늘어나는 변화는 무척 반가운 일이다. 특히 퍼블릭액세스(시청자들이 직접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활동)의 제도화나 미디어교육의 활성화는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추동하는 주요한 요인이다. 이를 통해 주류미디어에서는 잘 다루어지지 않거나, 다루어지더라도 편견과 왜곡의 시선으로 담겨지는 소수자나 소외계층이 주류미디어의 관점이나 왜곡된 시선에 반기를 들고,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캠코더와 모바일 미디어의 보급과 확산은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는 세계 곳곳의 다양한 영역에서 인권활동가들이 캠코더를 어떻게 무기로 사용하고 있는가를 소개한다. 물론 이처럼 대안적인 매체를 확보하고 기존의 주류 미디어를 전유하는 활동은 이미 우리 가까운 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2월 인권영화제 정기상영회 반딧불에서는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와 함께 대안 미디어운동의 현황을 살펴보고 같이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마련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