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법무부가 공청회를 열고 수용자 인권침해의 온상으로 지목돼온 '징벌과 계구 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법무부 개정안은 수용자의 기본권을 침해할 만한 요소를 곳곳에 포진시키고 있어 비판을 받았다.
법무부는 지난 8월 교정실무자와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교정 태스크포스팀'(아래 TF 팀)을 구성해 징벌과 계구 제도의 개정 방향을 논의해 왔다. TF팀에는 민변의 이상희 변호사와 인권운동사랑방 유해정 상임활동가 등 3명의 민간위원들이 참여해 의견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법무부 안은 이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상당히 후퇴된 안이었다.
우선, 징벌 규칙과 관련하여 법무부 안이 △연속 징벌을 폐지하고 △금치 징벌의 기간을 2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한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금치 징벌을 잇달아 집행하는 연속 징벌은 지난해에도 두 명의 수용자를 죽음으로 내몰았으며, 징벌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금치 징벌은 기간 중 서신, 접견, 독서, 운동 등을 모두 금지하여 '감옥 안의 감옥'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개정안은 △금치 징벌 과정에서 여전히 집필과 면회, 도서, 운동을 제한하고 있고 △모호한 개념의 사용으로 징벌의 남발을 불러올 수 있으며 △징벌이 결정, 집행되는 의사결정과정의 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상희 변호사는 "징벌이 수용자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공권력의 행사인 만큼 징벌을 부과할 만큼의 안전 및 질서를 해할 행위가 분명히 존재하여야 하는데, 법무부 안에서는 군데군데 명확하지 않은 개념들이 쓰여 징벌이 과도하게 쓰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징벌규칙안 중 '다중을 선동하거나 소란을 피우는 행위'를 징벌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데, '선동'의 구체적인 행위가 규정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TF팀의 민간위원들은 "수용자 가족들의 참여를 보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 개정안에 징벌위원회의 회의를 비공개로 한다는 내용이 추가되었는데, 이는 징벌 절차의 투명성을 보장한다는 취지에 명백히 위반된다"며 삭제를 요구했다. 법무부는 "징벌위원회에 지역 인권관련 전문가를 참여케 하라"는 이들의 제안마저 거부했다. 기존의 징벌위원회는 수용자와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는 교도소 측이나 교도관으로 구성되어 있어 불복제도로서의 공정성과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을 불러일으켜 왔다.
계구와 관련해서도 가죽수갑을 폐지하는 등 일부 진전된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나 △소란방지용 안면보호구의 유지 △긴 사슬의 존속 △계구 사용 요건의 불분명함 등 계구가 '시설의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징벌의 수단으로 기능할 여지를 여전히 남겨뒀다. 천주교인권위원회의 김덕진 활동가는 "수용자들에게 신체적 압박과 정신적 모멸감을 주는 계구를 사용하기에 앞서, 수용자에 대한 중점적인 관찰이나 보호실 수용 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날 발표된 법무부안은 수용자의 인권을 보장하기에는 많은 한계를 갖고 있어 민간위원들의 제안방향에 합치된 시행령과 행형법 개정의 필요성이 아울러 부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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