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한 법률의 폐지를 이처럼 사회 각계가 단일한 목소리로 촉구하는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제는 국회가 답해야 할 차례입니다."
사회보호법폐지를위한공동대책위(아래 공대위) 박찬운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이어진 각계의 폐지 요구에도 불구하고 해를 넘겨 표류하고 있는 사회보호법 폐지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해까지 무려 5차례에 걸쳐 단식농성을 전개했던 청송보호감호소 피감호자들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16대 국회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사회보호법이 오는 임시국회에서 폐지될 수 있을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지난해 12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각각 의원총회와 정책의장단 회의에서 폐지 입장을 결정한 데 이어 지난 12일 국가인권위원회도 법 폐지를 국회와 법무부에 권고하기로 결정했지만, 국회 법사위에 제출돼 있는 사회보호법 폐지법안은 아직 안건으로조차 상정되지 못한 상태다.
사회보호법이 폐지되더라도 어떠한 방식으로 폐지되는가도 관건이다. 법사위에 제출돼 있는 사회보호법 폐지법안은 총 3가지. 지난해 8월 한나라당 서상섭 의원이 폐지법안을 제출한 데 이어, 12월에는 열린우리당 최용규 의원이 폐지법안을 제출했고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의 폐지법안도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세 법안은 사회보호법 폐지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는 일치하지만, 치료감호제도에 대한 입장 등에서 중대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먼저 서상섭 의원 안은 보호감호제도는 폐지하되, 현행 사회보호법 안의 치료감호제도를 그대로 옮겨놓은 '심신장애자등의범죄방지및치료보호에관한법률'을 제정하자는 입장이다. 이주영 의원 안은 보호감호제도를 보호관찰제도로 대체해 '누범이나 상습범 등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해 최장 3년간 보호관찰처분과 수강명령을 부과할 수 있도록 '보호관찰등에관한법률'을 개정하고, 치료감호제도와 관련해서는 서상섭 의원안을 따른다는 입장이다. 반면, 최용규 의원 안은 보호감호제도를 폐지하는 동시에 '구금 위주의 치료감호를 치료와 보호 위주의 치료보호' 제도로 전환하는 '치료보호법'을 제정하자는 입장이다.
이 가운데 공대위가 그나마 수용할 만하다고 보는 것은 최용규 의원의 안이다. 박 집행위원장은 "낙인의 효과를 낳고 사회정착에 걸림돌이 되는 보호관찰제를 유지하겠다는 이주영 의원 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사회보호법이 원래 있어서는 안되는 법이었던 만큼 잔재를 남겨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치료감호제도와 관련해서도 최용규 의원이 제출한 치료보호법안을 보완해서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이 공대위의 대체적 의견이다.
현행 사회보호법 상의 치료감호제도에 대해서는 △부정기형이라는 점 △감호의 종료?가종료의 판단이 피감호자들과 이해관계에 있는 의사들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는 점 △격리수용 중심의 감호방식만으로는 진정한 치료나 재사회화가 힘들다는 점 등의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반해 최용규 의원 안은 △국공립병원 등을 치료보호시설로 지정하여 치료를 위탁하고 △법무부 산하의 치료보호심의위원회 9인 중 4인을 정신과전문의로 하고 6개월에 한번씩 종료?가종료의 심사를 담당하도록 하며 △감호방식의 치료 기간을 최대 3년으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성을 갖는다.
하지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김정하 간사는 "지정치료시설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법무부산하의 행정기구가 인신구속기간을 정할 수 있게 하는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법안심사 과정에서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6일 열릴 법사위 전체회의가 이러한 요구를 어떻게 받아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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