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하는 예배. 싫어, 싫어" "학생에게도 종교의 자유를" 17일 오후 6시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는 한 고등학생이 피켓을 목에 걸고 시위를 벌였다.
"'그냥 설교시간에 졸고 말지. 딴 짓 하지 뭐' 하면서 익숙해져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어요. 고3이 되면서 오히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삶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됐어요." 대광고등학교 3학년 강의석 학생은 16일부터 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학교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독교계 학교인 대광고에서는 전교생이 매주 한 시간씩 예배를 보고, 이 시간에 학생들은 개개인의 종교에 상관없이 모두 참석하여 찬송가를 부르고 설교를 들으며, '주기도 송'을 불러야 한다. 더욱이 매일 아침마다 각 학급에서는 10분 정도 예배를 보는 도중 '기도순서'를 번호순으로 하기 때문에 비기독교인 학생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강의석 학생은 "1학년 때는 음악시간에 수행평가로 주기도 송을 외운 적도 있다"며 학생 평가에서도 학교가 특정 종교를 강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강의석 학생은 "연말에는 반별 성가합창대회가 있다. 그런데 반별 대회니까 개인이 빠진다고 하면 분위기를 흐리는 것이 되고, 그러니까 빠지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의무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라며 그간의 갈등을 토로했다.
강의석 학생이 16일 교내 방송을 통해 '종교의 자유 보장 요구'를 공개적으로 밝힌 데 대해 학교측에서는 '건학이념을 근본적으로 뒤엎는 발언이다. 방송을 들은 기타 학생들에게 정신적 피해를 주었다'며 18일 징계위원회를 잡아 놓고 있다. 강의석 학생은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진정으로 이해한다면 최소한 원수도 아닌 타종교 신도 정도는 포용할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산인권센터 박진 활동가는 "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학교가 일방적으로 종교의식을 강요하면서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학교뿐 아니라 감독기관에서 학교의 인권침해 행위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학교에서 '종교의식'과 '종교교육'은 구분되어야 하고 학교를 선택해서 간다고 하더라도 '종교의식'은 학생의 선택권으로 남겨져야 한다. 더욱이 지금과 같이 학교를 일방적으로 배정 받는 상황에서는 마땅히 학생에게 종교의식과 종교교육 모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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