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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압박과 고립으론 북 인권 개선 안돼"

북한인권법안, 미 하원 통과…국내 인권평화단체 우려 목소리


한국 인권·평화 단체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한인권법안(North Korean Human Rights Act of 2004)이 21일(미국 시각) 미국 하원을 통과했다. 미국의 짐 리치(공화 아이오와주) 하원 국제관계위 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 위원이 지난 3월 하원에 상정한 이 법안은 이제 미국 상원과의 조정만을 남겨둔 상태이다.

이에 대해, 22일 인권운동사랑방,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등 국내 인권·평화 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북의 인권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하지만, 북에 대한 압박과 고립을 통해 북 인권을 개선할 수 있다는 북한인권법안의 기본 인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북한인권법안의 입법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 의회 내의 조정 과정에서, 한국 내 시민사회의 입장을 경청해 줄 것을 강력히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인권법안은 제1장에서 북한주민들의 인권이 미국과 북한, 동북아, 다른 관련국들 사이의 미래 협상에서 주요 요소로 남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권·평화단체들은 "북핵 6자 회담 등 이미 진행 중이며, 북 인권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 협상들을 난항에 빠뜨릴 수 있다"며 우려했다.

이어 북한인권법안은 "미 대통령은 북한 내 시장경제의 발전과 법치, 민주주의, 인권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들을 지원하기 위해 민간 비영리기관들에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인권·평화단체들 역시 "북의 인권과 민주화가 증진되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인권을 보편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정치·경제 체제는 북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해야 할 몫으로, 외부 행위자가 북의 체제 변화를 꾀하는 것은 주권 국가에 대한 내정간섭적 성격을 띨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더군다나 북한인권법안에 따라, 미국의 대북 라디오 방송을 연장하는 것은 북미 간의 불필요한 분쟁을 낳을 뿐 아니라 남북한이 상호 비방을 금하면서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남북 화해 정책에도 위배된다고 국내 인권·평화 단체들은 주장하고 있다.

제2장에서 법안은 인도적 지원을 분배의 투명성 문제와 연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인권·평화 단체들은 "인도적 원조가 투명한 과정을 통해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지원되어야 함은 마땅하지만, 법률을 통해 이러한 조건을 부과함으로써, 북 주민들에게 절실한 인도적 원조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안의 제3장은 미국이 탈북자들을 수용하기 위한 법적인 근거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권·평화단체들은 "탈북 유도는 북 체제 붕괴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탈북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의 식량 부족과 경제 인프라의 개선을 위한 인도적 지원과 경제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