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인권침해와 민주주의 왜곡의 역할 외에 어떠한 기능도 하지 않은 국가보안법의 문제점을 총 5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 '무장해제'라며 펄쩍 뛰는 이들도 '처벌공백'을 막기 위해 대체입법을 만들거나 형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이들도 한결같이 '안보'를 외친다. 하지만 이들은 국가보안법이 그동안 국민들의 어떠한 안보를 어떻게 지켜왔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쨌든 '안보'라는 절대절명의 가치 앞에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득권 안보' 빨간 불, 국보법 출동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위협한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으로 처벌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민청학련(1974년), 제헌의회(1986년), 민주주의학생연맹(1992년)도 모두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나 이적단체로 규정되어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이 사건들은 2003년과 2004년에 걸쳐 국무총리 산하 민주화운동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를 통해 민주화운동으로 인정을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문민정부 이전의 많은 국가보안법 사건들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을 받았다.
1987년 6월 항쟁에 이르기까지 서울노동운동연합 사건 등 노동운동 과정에서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대규모 구속사태가 발생했다. 노동자들의 생존권적 요구가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뒤흔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운동을 통해 만들어진 노동관련 법들과 제도들이 국가 안보를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빠뜨리지는 않는다.
이처럼 정권은 안보와는 관계없는 사안에 대해서 '안보'를 구실로 국민들의 저항을 무마시키고 정권의 횡포를 합리화했다. 감히 정권에 반대하고, 국가에 간섭하는 자들, 정권이 보기에 '삐딱한 자'들을 처벌하는 법이 바로 국가보안법이며,정권이 위기에 처해 빨간 불이 켜질 때마다 출동해 '그들만의 안보'를 지켜주었던 것이 바로 국가보안법이었다. 결국 국가보안법이라는 토대가 만들어주는 달콤한 '혜택'들이 바로 기득권 세력이 '안보'를 핑계삼아 국가보안법과 이별하지 않으려는 이유이다.
국보법, 머릿속까지 처벌하다
기득권 세력이 '안보'를 팔아 국가보안법을 지키려는 또 다른 이유는 '체제를 위협하는 세력'이라는 허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주어 얻게 되는 이득 때문이다. 정권은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국민들을 대동단결(?) 시켜 저항을 잠재우고 부조리를 참고 견디게 만든다. 안보이데올로기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 속 깊숙이 공포와 증오의 싹을 띄우고 특정 집단을 희생양으로 만들어서 얻어낸 '국민들의 침묵의 열매'가 바로 정권이 말하는 '안보'다. 결국 기득권은 '안보'라는 괴물을 통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와 토론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왔다.
더욱이 국가보안법은 형법에 규정된 죄의 전 단계나 전전단계 즉, 머릿속에 있는 생각이나 말 그리고 글 등 '내심'의 문제를 가지고 처벌을 하려다보니 그 구성요건이 불명확하고 추상적이어서 자의적 적용과 남용의 위험을 항상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국가보안법은 아무런 증거를 확보하지 않고서도 '비판적 세력에 대한 통제권'을 움켜질 수 있었으며 기득권 세력을 유지하기 위한 '편리한 도구'로 작용할 수 있었다.
국민을 위협하는 '안보'는 가라
국가보안법의 폐지는 국가안보의 무장해제가 아니라 국가안보체계의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개선인 것이다. 이제 국가보안법에 대해 완전 폐지가 아닌 존치나 개정 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안보가 아닌 국민 모두의 안보를, 그리고 한국 전쟁이라는 역사적 기억의 공포에 기대지 않는 실존하는 안보를 이야기해야 한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이 줄기차게 국가보안법이 끼쳐온 민주주의의 왜곡과 인권침해 등을 사실에 기반해서 말해왔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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