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핵폐기장 백지화를 위한 삼보일배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열려는 부안 군민들에게 경찰이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휘둘러 문정현 신부 등 참가자들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7일 '핵폐기장백지화·핵발전추방 범부안군민대책위'(아래 대책위)는 지난 5일 종로 탑골공원에서 시작해 여의도 국회까지 가는 3일간의 삼보일배를 마치고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정부에 부안핵폐기장 백지화와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책위에 따르면, 청사 후문 앞을 지키고 있던 전투경찰부대(서울 기동대 1001부대)로 인해 150여 명의 삼보일배단이 있기에는 길목이 비좁아 부안군민 몇 명이 도로 1차선을 넘어가자 전투경찰이 이를 밀어붙였다. 이에 참가자들이 항의하자, 경찰이 갑자기 방패와 헬멧을 휘둘러 2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문정현 신부는 경찰이 내리친 헬멧에 맞아 머리가 찢어졌고, 손광국 씨는 중상을 입어 응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대책위는 경찰에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했지만, 종로경찰서 정보과장이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됐다.
대책위 이현민 정책실장은 "청사에 도착하자 이미 경찰이 기자회견장을 에워싸고 있었다"며 "기자회견에 폭력진압으로 악명 높은 1001부대를 투입한 것부터 과잉진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군민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1001부대에게 책임을 묻고, 책임자와 전경 등을 고소·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문정현 신부는 부안으로 가던 중 통증을 호소하는 등 부상상태가 악화돼 부안 성모병원으로 이송돼 입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9월 16일 산자부 장관의 부지선정 절차 포기선언으로 부안 핵폐기장 반대투쟁은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정부가 '핵폐기장백지화'에 대한 서류에 서명도 하지 않다가, 지난 3일 2008년 핵폐기물이 포화상태에 달한다는 이유 등으로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을 따로 떼 재검토하겠다는 발표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이에 대책위는 부안 핵폐기물 처리장 백지화 약속을 받아내겠다는 의지로 삼보일배를 다시 시작했다.
- 2670호
- 김영원
- 2004-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