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아래 민변)과 민주주의법학연구회(아래 민주법연)은 28일 열린우리당의 '국가보안법폐지법률(안)'과 '형법중개정법률(안)'에 대해 그 의미와 문제점을 지적하는 법률 의견서를 발표했다. 또한 허구적인 안보위기의식을 조장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론자들'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민변과 민주법연은 "단순히 법 폐지만으로 국가보안법의 해악이 완전히 제거되는 것은 아니지만 폐지가 그 출발점인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들은 "열린우리당의 형법개정안은 국가보안법 폐지의 본래 목적과 배치된다"며 "국보법에 의해 처벌되던 모든 행위를 형법 개정 등을 통해 처벌하도록 하는 것은 실질적인 국가보안법 폐지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열린우리당의 형법개정안에 포함된 '내란목적단체'에 관한 조항(안 제87조의 2)은 현행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 조항(제2조)과 똑같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민변과 민주법연은 "실제로 지금까지 공안과 법원이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규정' 등을 냉전적 시각에서 확대 해석·적용하며 수많은 무고한 피해자들을 양산해 온 것에 비추어볼 때, '폭동의 목적'이라는 주관적 요건을 악용해 미약하고 불충분한 증거만으로 쉽게 유죄를 인정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뿐 아니라 두 단체는 '처벌공백론'을 내세우며 국가보안법 페지를 반대하는 입장과 이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대응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일부 보수 언론과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이 개정안을 내자 기다렸다는 듯 국가안보에 공백이 생긴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은 이러한 '처벌공백론'에 대응하기 위해 '형법상 내란죄 관련 규정을 과도하게 확대 해석'하거나, 심지어 국가보안법처럼 '처벌하지 말아야 하는 행위'까지도 처벌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민변과 민주법연은 "처벌공백을 과장하는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론이나 여전히 처벌할 수 있다는 열린우리당의 대응은 처벌해서는 안되는 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의 범위를 좁히자는 국가보안법 폐지의 근본 취지에 전면적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것은 "처벌하면 안되는 행위임에도 처벌해온 행위들은 '처벌공백'이 아니라 '처벌불가'의 영역에 놓아야 하고,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론자들의 여러 가정적 사례들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은 비현실적인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가령 남한 주민이 북한에 가서 노동당 행사에 참가하는데 '허가'를 받지 않았다면 남북교류절차에 관한 교류협력법 제9조, 제27조를 적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또한 폭동을 조직하는 등의 '구체적인 행위'가 있었다면 내란죄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집회에서 인공기를 흔들었다면, 이는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서 그 행위에 대한 가치 판단이나 좋고 싫음을 떠나서 행위 자체를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이 두 단체의 입장이다.
이들 단체는 "민주주의체제라면 당연히 사상·이념·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고 분단상황이 이러한 자유의 본질적 침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구시대적 냉전체제인 '국가보안법 체제'를 완전히 벗어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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