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지난 9월 16일 국정과제 회의에서 발표한 '자치경찰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15일 인권실천시민연대와 한국자치경찰연구소는 공동으로 '올바른 자치경찰제 도입과 시행을 위한 토론회'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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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경찰제'는 국가 전체를 관할하는 국가경찰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지방분권 사상에 기초해 지방경찰이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책임 하에 지역주민의 의사에 맞춰 치안업무를 수행하는 제도다. 자치경찰제 시행의 핵심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지방자치제에 맞게 지역의 실정에 적합한 경찰행정을 구현하는 데 있다.
토론회의 주제발표를 맡은 한국자치경찰연구소 문성호 소장은 "정부의 시·군·구 자치경찰제 방안은 여러 가지 이유로 껍데기 자치경찰제에 불과하다는 지적들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문 소장은 정부안이 △시·군·구 산하에만 자치경찰을 두기로 했고 △현행 경찰서와 지구대 및 치안센터를 자치경찰로 전환하는 것을 거부했으며 △현재의 국가경찰은 전혀 손대지 않은 채 전국적으로 6천여 명의 자치경찰을 새롭게 창설하겠다고 밝힌 데다가 △지역주민들이 자치경찰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시민참여제도를 철저하게 배격하고 있다는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시·군·구 산하에 자치경찰을 둘 경우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의 부정과 비리에 대한 수사가 불가능해지고 지역 유지의 횡포도 심해질 우려가 있다. 또 현행 경찰서와 지구대 및 치안센터의 자치경찰 전환을 거부함으로써 자치경찰제가 '주차위반이나 식품안전 단속요원들에게 경찰제복을 입혀 놓은 명목상의 자치경찰제'로 전락하는 것이 예상되고, 현재의 국가경찰을 줄이지 않고 자치경찰을 새롭게 창설하겠다고 하는 것은 예산 낭비만을 초래할 뿐이다. 계명대 경찰학부 최응렬 교수는 "현재의 국가경찰은 그대로 둔 채 기초자치단체의 보조기관으로 별개의 자치경찰을 추가한다는 구상은 자칫 기득권 구조의 반발을 비켜가면서 적당히 자치경찰제를 시행하는 면피성 제도가 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문 소장은 정부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군·구 단위가 아니라 광역 시·도 단위로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자치경찰위원회를 설치하고 자치경찰을 이 위원회 소속으로 두며 △검·경간 수사권을 조정하거나 경찰수사권을 독립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제시했다.
토론회에 참가한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과 한나라당 이명규 의원도 "원칙적으로는 자치경찰제에 동의를 하지만 현재와 같은 정부안으로는 곤란하다"며 정부안을 비판했다. 정부혁신위는 자치경찰제 실시를 위해 올해 안에 관련 법률을 국회에 제출하고 2005년에는 시범실시를 하며 2006년 하반기에 전면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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