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아래 국민연대)가 국보법 폐지의 불씨를 다시 지폈다. 국민연대는 5일 정치권이 애초 약속과는 달리 2월 임시국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다루지 않겠다는 가능성을 흘리고 있어 '폐지'에 다시 한 번 쐬기를 박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열린우리당의 '개혁 후퇴'와 '보수화'를 지적한 국민연대는 특히 이부영 전 당의장을 '역사의 죄인'으로 지목했다. 기자회견문을 통해 "마지막 날까지도 원내대표를 제쳐놓고 한나라당과 물밑 접촉을 하며 국보법에 관한 당론을 한나라당의 입장을 전폭 수용한 안으로 변경하려 시도했다"고 밝히면서 "그런 자신의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하기보다는 이른바 '강경파'에게 책임을 돌리는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남기고 물러났다"며 분노했다. 또한 한나라당과 수구세력을 향해야 할 칼날을 열린우리당 내의 폐지 당론을 유지할 것을 주장하는 개혁 세력에게 돌려 개혁 전선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종렬 국민연대 상임대표를 비롯한 20여 명의 인권·시민사회 관계자가 모인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열린우리당을 향해 국보법 폐지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자멸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종렬 대표는 "국회를 점거하는 쿠데타적 행위를 서슴지 않는 한나라당에 끌려 다녀 개혁열망을 좌절시킨 열린우리당은 지금이라도 각성하지 않으면 넝마 같은 꼴로 와해되고 말 것"이라고 꾸짖었다. 전국여성농민회 윤금순 회장도 "열린우리당이 역사의 물줄기를 되돌리려 한다면 역사 앞에 엄청난 죄를 짓는 것"이라며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대는 또한 한나라당 역시 역사의 죄인임을 빠뜨리지 않았다. 제1야당이 국보법과 같은 반인권, 반민주 악법 사수를 당론으로 정하고 이를 위해 국회 회의장를 장기간 점거하는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하며 "2월 임시국회에서도 폐지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정치권의 공멸로 이어지고, 헌정사의 불행"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연대는 오는 12일 전국의 집행책임자들이 모여 향후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 2729호
- 김정아
- 2005-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