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공세'와 '사상전향 강요' 비판 연일 이어져
'사상전향'이라는 이미 사라진 유령을 불러내려는 한나라당에 대한 비난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14일 한나라당사 앞에서 이들이 최근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의 국가보안법 전력을 빌미로 펴고 있는 '색깔공세'와 '사상전향' 강요에 대해 맹비난하며 한나라당의 해체를 강력히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은 "현역 의원조차 붉은 색깔로 덧칠해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며 "국보법이 죽은 법률이 아니라 우리의 정치, 사회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살아 있는 괴물임을 생생히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의 체계적인 폭력에 의해 저질러진 이들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은커녕 과거의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을 다시 공격하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태는 인간으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야만적인 짓일 뿐"이라며 한나라당의 작태를 비판했다.
93년 안기부의 남매간첩단 조작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김삼석 씨는 "이 안에 빨갱이 있다"는 말로 규탄 발언의 운을 땠다. 50년 전에 미국 매카시 의원의 국회 발언을 인용한 그는 "매카시의 이 한마디가 이후 '빨갱이 사냥의 광풍'을 몰고 와 숱한 희생자를 남겼는데 한나라당의 작태는 그의 악령을 불러내려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정형근 의원이 안기부 수사차장보를 지내던 때 남산 안기부로 끌려간 그는 "지하 수사실에서 17명의 수사관이 동원되어 '잠안재우기'와 '성고문'을 당했는데, 10년이 지난 후 그 당사자가 지금 의원이 되어 한나라당사 안에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나라당은 '간첩공장당'"이라고 지적하며 "그 수괴인 박근혜 의원을 비롯해 정형근, 주성용, 박승환 의원 등을 깨끗이 물갈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보폐지국민연대(아래 국민연대)도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나라당의 사죄를 요구하면서 "사법부마저도 공안기관의 하수인 노릇을 하던 과거 행각을 무시한 채 잘못된 판결문을 들추어내서 간첩으로 재단하고, 심지어는 우리 사회에서 가까스로 없어진 사상전향제도를 되살려내려 한다"고 개탄했다. 또한 "국보법이 폐지되지 않는 한 그들의 범죄적 행각은 다시 되풀이될 것"이라고 국보법 폐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국민연대가 진행하고 있는 단식농성은 13일 현재 5백60여 명으로 늘어나 국회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국보법 폐지'를 연내에 이루기 위해 이번 주부터 투쟁의 수위를 한 단계 높여 국회 앞 촛불집회를 14일 저녁부터 광화문으로 옮겼다. 한나라당의 색깔공세에 대한 규탄은 15일 언론계, 16일 시민단체연대회의 정세발표와 고문·용공조작 피해자 증언대회 등으로 이번 주 내내 이어지며 18일에는 범국민촛불대행진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