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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지문날인 안하면 운전교육 못받는다"

경찰청, 운전학원 지문인식기 도입 의무화


지문날인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청이 전국에 있는 자동차운전학원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지문날인을 실시하고 있어 학원 수강생들과 인권단체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시행된 도로교통법시행규칙에 따라 전국 자동차운전학원에 등록된 수강생들의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지문날인을 하도록 지문인식기 도입을 의무화했다. 대리·허위 교육을 방지한다는 것이 그 이유. 이에 따라 많은 자동차운전학원에서 교육을 실시할 때 수강생들에게 지문인식기에 지문날인을 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에 있는 한 운전전문학원에 다니는 유희정 씨는 "지문날인에 동의를 하지 않았는데도 반드시 해야한다고 강요했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유 씨에 따르면, 운전학원은 교육을 시작할 때와 마칠 때 지문인식과 학원으로부터 발급 받은 카드로 수강생들의 출석을 확인하고 있다. 실제 운전학원에 문의해 본 결과, 일부 학원 관계자들은 "면허증을 따기 위해서는 지문날인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관계자는 "학원의 수강생 관리 시스템과 경찰청 시스템이 연결되어 있어 매일 수강생 출석 데이터를 경찰청에 전송할 뿐만 아니라 수강생의 사진과 인적사항을 경찰청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새전북신문>에 따르면, 경찰청 관계자는 "일부 운전학원에서 편의상 지문 등록을 강제하는 사례가 없도록 조처하고…지도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지문날인을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할 수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북평화와인권연대 김종섭 활동가는 "지문날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인권침해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한 방침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경찰청이 학원에 지문인식기 도입을 의무화하면서 지문날인을 통한 신원 확인을 부추겼으면서도, 인권침해 책임을 일선 학원으로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 활동가는 "운전학원에서의 지문날인 의무화는 시민들을 생활현장에서 예비범죄자로 취급하는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이는 관리와 통제의 효율성만을 앞세우는 행정편의적인 발상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조치가 공공기관에서 지문날인을 공공연하게 사용하도록 하기 위한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지난 11일에는 인감증명 발급 시 무인(지장)을 통해 신원확인을 하도록 규정한 인감증명법시행령(아래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인권단체들의 빈축을 샀다. 시행령 개정 이전에는 인감증명 발급 시 '서명 또는 무인'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신분증'으로 자신을 증명할 수 없고, 사생활의 일부인 신체정보를 통해서만 신원을 증명하도록 하는 일상적 인권침해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