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수레에 실려간 노숙인
이러한 잘못된 생각 때문에 생명이 위독한 노숙인 한 분이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돌아가시는 일이 생겼어요. 1월 22일 서울역에서 생활하시던 노숙인 한 분이 갑자기 쓰러졌어요. 쓰러진 사람에게 일차적으로 필요한 것은 호흡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거예요. 하지만 역무원들은 응급조치도 하지 않고, 마치 짐처럼 노숙인을 짐수레에 실어날랐어요. 노숙인은 안타깝게 병원에 가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어요.
이 광경을 본 많은 노숙인들은 화가 났어요. 자신들을 무시하고, 인간 대접을 해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지요. 2004년에도 노숙인 한 분이 철도공안원들에게 맞아서 생명을 잃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있었어요. 매일 밤 거리에서 자다가 추위에 얼어죽지 않을까 걱정을 해야하는 노숙인들이 좀더 따뜻한 공간을 찾아 역 주변으로 몰려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거예요. 하지만 철도공안원들이 역 안으로 노숙인들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일이 많았어요. 새로 지은 건물에 지저분한 노숙인이 들어가는 것은 공공질서를 해치는 거라나요? 그동안 무시당하고, 매를 맞으면서도 참고 지내왔던 노숙인들은 자꾸 이런 일이 생기니까 정말 참을 수가 없었어요.
거기다가 이번 노숙인도 공안원들에게 "맞아서 죽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노숙인들은 자신들이 믿을 수 있는 의료단체 의사가 와서 죽은 노숙인이 왜 죽었는지 검사해 줄 것을 요구했어요. 또한 강제적인 방법으로 시신을 옮기지 말 것도 요구했어요. 노숙인 관련 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활동가들은 이러한 노숙인들의 요구를 남대문 경찰서장 등에게 말하면서 협상을 하고 있었어요. 그 사이 경찰들이 시신을 몰래 가져갔고, 자신들의 마지막 요구마저 무시당한 노숙인들은 경찰에 강하게 항의했어요.
강제로 수용할 수 없어요
이 일이 있은 후 서울시 이명박 시장은 노숙인들을 거리에 두지 말고, 강제로 쉼터 같은 곳에 들어가게 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자신이 원하지 않는데, 강제로 쉼터에 집어넣는 것은 노숙인들을 감옥에 가두는 것과 같아요. 그런데 노숙인들은 왜 쉼터에 들어가지 않냐구요? 지난해에 서울시는 시청 앞 잔디광장을 만들기 위해 53억 원을 썼고, 죽은 잔디를 보수하기 위해 1억 7천 만원을 배정했어요. 또한 '하이-서울(Hi-Seoul)' 축제에는 15억 원을 들였어요. 하지만 노숙인에 대해서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지원을 중단했어요. 이처럼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다보니 쉼터와 같은 시설의 환경도 열악할 수밖에 없어요. 한 명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좁고,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도 전혀 없어요. 어떤 쉼터는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곳도 있어요. 그러다보니 노숙인들은 쉼터에 들어가는 것을 꺼리고 있어요.
한 번 생각해 봅시다
노숙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우선 노숙인도 인간이고, 그래서 인간답게 대우해 주어야 한다는 거예요. 또한 정부에서도 노숙인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다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해요. 일 년에 400명 정도의 노숙인들이 거리에서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