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가인권위 최영도 위원장의 사임에 대한 <인권운동사랑방>의 성명서 전문을 싣는다.
2기 국가인권위를 제대로 이끌어 보겠다고 패기만만하게 나섰던 최영도 전 위원장이 지난 3월 19일 재산축적 과정에서 저지른 위장 전입 문제로 사임하고 말았다. 우리는, 1기 국가인권위의 실책을 시인하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인권침해를 예방하며 인권단체와 협력 강화를 주장한 최 전 위원장에게 기대가 없지 않았음을 고백하며 그의 급작스런 사퇴에 착찹한 심정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국가인권위 변혁에 대한 그의 임무가 남달랐다 할지라도, 그의 이전 공적이 사회적으로 출중했다 할지라도, 그의 사퇴를 막을 수 있는 변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더불어 이번 사건은 공직사회의 투명성과 도덕성을 건조하게 외치는 것을 넘어 부의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청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그가 백억대의 재산가라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문자 그대로 보통 사람이 허리띠를 졸라매도 평생 도달하기 힘든 액수의 재산 규모는 우리를 놀라게 했고, 허탈하게 했으며, 최종적으로 사회권의 의미를 반추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판사로 시작해 변호사로 평생을 살아온 최 전 위원장은 우리 사회 지도 엘리트를 대변하는 이력을 가지고 있다. 별다른 부정을 저지르지 않았고 부끄러움 없이 살아왔노라고 해명한 최 전 위원장은 그러나 그의 부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박탈감과 소외감을 가져다 주었는지 끝까지 자각하지 못한 듯하다. 고위 공직자는 물론이고 법조인, 언론인, 대학 교수 등 이른바 이 사회 지도 엘리트들이 재산을 축척하는 과정과 그 규모는 민중들과 매우 다르며 민중들은 이 과정에서 완전히 소외되어 있다는 것을 이번 사건은 새삼 확인하게 한다.
탄탄한 재산을 물려받고 고학력까지 겸비한 사람이 부를 불려나가는 것은 마치 눈사람이 눈덩이를 불려나가는 것처럼 쉬운 일이다. 이들과 대다수의 민중과의 빈부 격차는 아무리 노력해도 좁혀질 수 없는 ‘구조적 불평등’인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불평등을 넘어서는 도전이야말로 인권운동이 걸어가야 할 길이며 그 대안으로 우리는 사회권의 실현을 끊임없이 주장해 왔다. 사회권의 인식을 통해 이 사건을 반성하지 못한 최 전 위원장에게 씁쓸함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으며 이러한 인식이야말로 인권위원이라면 반드시 가져야 할 중요한 자질임을 새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가인권위원의 임명 절차와 자질 검증이 투명하고 공정해야 함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주장한다. 인사청문회 등 그간 인권단체들이 주장한 검증 시스템을 확립했었다면 이러한 오류는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최 전 위원장이 내걸었던 국가인권위 변화의 방향은 어느 누구도 역행해서는 안된다. 1기 국가인권위에서 저질러졌던 협소한 인권의식과 관료주의, 투명하지 못한 운영 방식을 각성하고 새롭게 변혁해야 할 막중한 임무가 2기 국가인권위에 주어져 있다. 최 전 위원장이 의욕 속에 팔을 걷어 붙였던 국가인권위 개혁이 이번 사건으로 위축되어서는 안된다. 더욱더 뼈를 깍는 반성과 함께 구태에서 과감히 벗어날 때 국가인권위는 국민의 신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새로 임명되는 위원장은 도덕성과 청렴함은 물론 철저한 인권의식과 함께 국가인권위를 변혁시킬 의지가 확고한 인물이어야 함을 다시 한번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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