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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하루소식 1천호 기획- 문민5년 인권정책 평가><13-1/2> 인권상황 총평가 좌담

"인권정책 커녕 인권개념도 없다"/"인권침해 선두주자, 정부에서 언론·재벌로"

<토론자>
백승헌(민변 사무국장)
김기식(참여연대 정책실장)
남규선(민가협 총무)

<사회>
박래군(인권운동사랑방 사무국장)

<정리>
김수경(인권운동사랑방 편집인)
·때: 11월26일 오후 6시30분-8시
·장소: 인권운동사랑방 회의실


사회:<인권하루소식>에서는 1천호를 맞아 문민정부 인권정책을 평가했는데, 이는 김영삼 정권의 전반적 평가보다는 새로이 나타난 특징적 경향성을 중심으로 평가 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기획은 전체적 평가를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되었다. 활동가들이 현장을 뛰어다니며 느끼는 점을 중심으로 김영삼 정부 인권정책을 평가해 보고자 한다.

김기식: 김영삼 대통령 또는 정책입안자들에게 있어 인권이라는 개념은 어떤 정책수립이나 진행과정에서 고려 요소는 아니었다. 김영삼 정권은 개혁이라든지, 세계화라든지, 경제 살리기든지 여러 모토를 내걸었는데, 그 모토 결정에 있어 인권은 고려 요소가 아니었다. 간혹, 고문방지조약을 가입하거나, 국민인권기구 세우겠다는 약속 등을 했지만 그 시기의 다른 모토하고는 전혀 걸맞지 않았다. 오로지 김영삼 정권의 건수 올리기, 행정관료들의 건수 올리기, 대외과시용에 그쳤기 때문이다. 결국 김영삼 정권의 여러 행위가 '인권이 어떻게 관계가 맺어졌는냐'고 얘기할 수 있어도, '인권정책이 무엇이냐'는 것은 우리도 정의 내린 바가 없다. 생각해 본 바가 없다는 것이다.

남규선: '국가와 국민과의 관계를 어떠한 시각으로 보느냐'가 문제인 것 같다. 결국 인권은 국가나 정부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국민과 국가의 관계가 '언제나 지배적'이라고 이미 설정돼 있는 상황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 나올 수 없다. 우리 사회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인정 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는 없다. 가장 단적인 예가 외국인노동자 문제이다. 그것은 꼭 국가의 문제이기보다는 우리 한국사회에서의 한 현상이기도 하다. 이점에서 우리 사회는 '관용'이 대단히 부족한 사회가 아닌가 싶다. 김영삼 정부에서 인권의 이름을 사용했던 것은 '마틴 루터 킹'을 받았을 때였던 것 같다. 그때 인권의 이름으로 상을 받게 된 것이 정부가 인권이란 말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관용이 부족한 사회'

사회: 인권정책은 없다는 부분에 다 공감하는 것 같다. 다음으로 넘어가 인권상황의 특징은 어떻게 지적 될 수 있을까?

백: 과거의 인권침해라는 것이 워낙 직설적으로 침해되기도 했지만, 정부가 언론과 재벌 등을 장악하고 정부가 앞장서서 침해하는 한가지 경로가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는 과거와 같은 방식도 있었지만 언론과 재벌이 전면에 서서 정부와 더불어 때로는 정부를 앞장서서 자유권, 사회권을 제압하기 했다는 측면이 강화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더욱 강화 될 것 같다. 예를 들면 이번 이장희 교수 사건은 실제로 이미 사법부에 의해 반론보도 요청까지 받아들여진 사건이고, 상당히 오래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기득권을 대변한다는 조선일보에서 제기한 문제이기 때문에 힘을 갖고 강제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것이 사회전체를 질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노동법 개정문제라든지 지금의 노동권 축소등 경제난국의 문제에 대해 여당 내서도 최소한 합리적 논의마저 불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제 인권상황은 정부에 의해 직설적이고 단선적으로 억압되는 것이 아니라, 매우 복선적이고 또한 전면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점에서 김영삼 정부 하에서 인권상황이 표면적으로는 후퇴한 것이 아닐지라도 그 경향은 결코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할 수는 없다.


인권침해 전면적으로 진행

김: 김영삼 정부의 기본정책은 차별정책이다. 노동자라든가, 진보적 인사라든가, 빈민이라든가 소외계층에 있어서는 여전히 과거 권위주의적인 정책이 일관되는 반면에 다른 여타의 부분에 있어서는 정치적 자유가 허용되고 공권력에 의한 억압이 약화되었다. 이런 점 때문에 일부 사람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이젠 정치적 자유정도는 다 해결된 것 아니냐고 느끼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소외계층에 대한 차별화 정책

사회: 인권상황을 자유권과 사회권으로 구분 지어 볼 수 있는데, 우선 자유권 분야에 있어 인권상황은 어떤 경향성을 띠고 있는지 평가해 보자.

남: 이인모 선생을 북송할 때 당시엔 통일정책 하에 보낸 것 아니냐고 사람들이 생각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어느 한 교수 말에 의하면 그것 자체가 너무나도 즉흥적이었다는 것이었다. 5·18특별법이나 전·노 구속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독불장군식이고 즉흥적인 경향은 문민정부 하에서 많이 드러났다. 양심수 문제를 보면 문민정부 초기 그 숫자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93년 초반의 현상일 뿐이다. 특히 국가보안법에 의한 인권침해는 93년부터 현재까지 일관되게 진행되어 왔다. 그것은 과거 30년간 군사체제에 의해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수사기구들, 고문기관들의 청산문제로 연결된다. 문민정부 들어 사전 개혁을 한다고 했지만 이 보안기구들을 정리해 내지 못했다. 결국 김영삼 정권은 전·노 정권과 차이가 없었다.

대신 박종철, 권인숙 사건 이후 당시 이뤄졌던 고문 등 가혹 행위가 현재는 많이 줄어들었다. 더불어 지금도 안기부에서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 등 가혹행위를 계속 저지르고 있으나, 당사자들의 폭로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관심은 현저히 줄어 들었다. 얼마 전, 범민련 관계자 나창순 씨가 안기부에서 물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는데, 그 어디에도 이를 관심 있게 보도하거나 하다 못해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정부당국에 항의를 한다거나, 노력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리는 정부보다는 먼저 활동가들의 무관심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또한 공공연한 폭력이 아주 심각하게 행사되고 있음에도 이 역시 묵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96년 한총련 사태 당시 국민들이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국가가 행사하는 폭력'을 보았다. 하지만 누군가 나서서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행동은 매우 부족했다. 인권·시민단체들의 노력이 미약한 것이 아닌가 싶다. 사후 평가와 대책마련 역시 없었는데, 이것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똑같은 문제는 이후에도 계속 발생할 것임은 자명하다.

김: 최근에 나타난 양상을 보면서 정치적 반대자나 소외계층의 문제는 서구사회에서 얘기하는 소수자의 인권문제처럼 될 것 같다. 문제는 보편적 인권의 문제도 소수자의 문제로 인식되고 취급된다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의 문제, 형사사건 피의자의 인권문제 등은 소수자의 문제가 아닌 보편적 인권문제이다. 또 빠뜨릴 수 없는 것은 이번 선거법 개정과정에서 시민·사회 단체의 선거활동에 대한 자유를 요구했던 것을 끝까지 봉쇄했는데, 이 문제는 정치적 자유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참정권에 대한 명백한 제한이라고 생각한다.


국민 참정권 침해 심각

사회: 일부 희석된 측면은 있지만 본질적으로 사실 권위주의가 청산된 것은 없다. 권위적 속성이나 본질적 부분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같이 탄압을 받는다고 하면 과거와 같이 이슈화되지는 못한다. 간첩사건이 터진다해도 예전같이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

김: 시민권 부분과 관련해서 정부의 문제만으로 좁게 보아서는 안 된다. 이제는 공권력에 의한 억압만 아니라 사회적 억압, 특히 언론에 의한 사회적 억압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은 정부가 권력구조 안에서 한 부분을 차지 할 뿐이다.


국가경쟁력 강화 앞에 노동권 후퇴 심각

사회: 사회권 부분과 관련해서 지적을 한다면

김: 사회권 범주에서 보면 일정하게 제도적 수준에서의 진전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별다른 개선 없었고 경향적으로 굉장히 약화 될 조짐이 보인다. 김영삼 정부는 경제 정책적 측면에서 역대정부 중에서 가장 친재벌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회권의 핵심이 노동권이라고 한다면 단연히 노동권의 후퇴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제도적 범주에서 보면, 95년 고용보험의 실시라든가 몇 가지 진전이 있지만 이는 사실 사회권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적극적인 의미가 부여되어서라기 보다는 이미 그 이전 성과의 축적으로 예정돼 있었던 것이 반영된 것 일뿐, 김영삼 정부가 의지적으로 한 측면은 별로 없다. 김영삼 정부 하에서 사회권 문제를 이해하려면 소위 '국가경쟁력 강화 논리'와'세계화 논리'그리고'신자유주의'라고 하는 맥락 속에서 봐야 한다.

또한 WTO 체제 하에서 다국적 자본주도하에 진행되는 국제질서인 자본질서의 재편문제와 연관지어 파악해야 한다. 지금 우리사회는 양적인 고도성장 과정에서 경험하지 못한 초유의 실업사태로 진입해 들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이 사회권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그것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지난 번 노동법 파동이다. 지금 사회권 부분에 있어 아주 심각한 후퇴의 위협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