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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대학 정규직·비정규직 뭉쳤다

고려대 노동자들 100주년 맞아 차별철폐 선언

대학내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위해 뜻을 모았다. 29일 고려대 행정직원, 시간강사, 학생, 청소용역 노동자, 고대의료원 노동자들은 고려대 안암캠퍼스 중앙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대 개교 100주년에 즈음한 학내 비정규직 차별철폐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고려대 중앙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

▲ 고려대 중앙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



이날 선언에는 전국대학노조 고려대지부, 전국보건의료노조 고대의료원지부, 고려대 비정규직 교수협의회, 전국시설관리노조 고려대지부(아래 시설노조 고대지부), 충남지역노조 고대서창지부, 안암총학생회, 서창총학생회가 참여했다.

이들은 5월 5일로 예정된 고려대 100주년 기념식에 대해 "이 기쁜 날, 아무런 감흥도 없이 음지에서 잔치를 바라보는…최소 2600여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고대 100주년 축제의 마당에 초대받지 못한 손님들로서, 말석에조차 앉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닦는 대리석 1장의 값어치가 내 월급의 몇 배인 것을 안 비정규 노동자의 절망과 한을 옆에 두고서 어찌 정규직만의 100주년 기념행사를 치를 수 있겠는가"라며 △정규직 전환까지 비정규직 고용 보장 △비정규직의 실질 생활임금 보장 △비정규직의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을 요구했다.

고려대 비정규직 현황을 그린 '안암골 비정규직 검색시스템'

▲ 고려대 비정규직 현황을 그린 '안암골 비정규직 검색시스템'



이 자리에서 발표된 '고려대 학내 및 부속기관 비정규직 현황과 실태'에 따르면 고려대에는 △행정직 213명 △고대의료원 631명 △청소와 주차관리 300여명 △시간강사 1397명 등 최소 2600여명의 비정규직이 있어 전체 직원의 55%가 비정규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는 단과대 등에 속한 연구소 비정규직은 통계조차 없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고대의료원의 경우 시간제 근무자의 시급이 4610원으로 정규직 대비 48%에 불과하다. 이는 강남성모병원의 70%, 이대병원의 80%, 보건의료노조 평균인 61%에 비해 턱없이 모자랐다. 시간강사의 경우 연봉 1천만원을 밑도는 임금으로 사회보장 혜택은 물론 퇴직금도 없으며 방학 중에는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청소용역 노동자의 경우 길게는 30년동안 일한 노동자들도 학교가 용역업체와 매년 맺는 용역계약 단가에 의해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기자회견 후 참가자들이 총장면담을 요구하며 본관으로 행진하고 있다.

▲ 기자회견 후 참가자들이 총장면담을 요구하며 본관으로 행진하고 있다.



시설노조 고대지부 이영숙 지부장은 "10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건물 외곽 잡초제거까지 하고 있는데도 추가수당은 물론 별도 식비도 안나와 학교에서 나오는 폐지를 모아 팔아 직접 취사를 하고 있다"며 "고대는 실제로는 직접 고용되어야 할 노동자들을 인건비 절감을 위해 용역이라는 이름 하에 편법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설노조 고대지부 이상선 씨는 "이 자리에 모인 노동자들과 함께 대학내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기 위해 임단투 시기 공동의 투쟁과제를 만들어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박현진 교육부장은 "그동안 대학내 비정규직 투쟁이 정규직 노조의 무관심으로 고립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대학이 가지는 공공성과 상징성을 고려해 다른 대학 노동자들도 모범으로 삼아야 할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