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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도청 주범 국정원, 테러방지법으로 기사회생?

열린우리당 조성태 의원, 테러방지법 발의

이른바 '엑스파일' 사건으로 국가정보원의 불법도청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여당 의원이 국정원의 권한 강화를 꾀하는 테러방지법 입법을 시도해 빈축을 사고 있다. 26일 조성태 의원(열린우리당, 비례대표)이 '테러방지 및 피해보전 등에 관한 법률안'(아래 법안)을 발의한 것.

29일 국회 정보위에 회부된 이 법안은 지난 3월 공성진 의원(한나라당)이 발의한 '테러대응체계의 확립과 대테러활동 등에 관한 법률안'(아래 공성진안)과 비슷하지만, 공성진안에서 대테러센터가 기획·조정 기능을 갖는 것과는 달리 조성태안에서는 이 기능을 테러대책상임위가 담당한다. 하지만 국정원장 산하에 대테러센터를 두고 제반 집행권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공성진안과 마찬가지로 '국정원 권한강화'가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법안은 국무총리를 의장으로 하고 국정원장·경찰청장 등이 참여하는 '국가테러대책회의'(아래 대책회의)를 둬, 대책회의 의장은 급박한 상황으로 판단될 경우 군병력 또는 향토예비군의 지원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도록 했다. 대통령은 국회 통보만으로도 군병력을 지원할 수 있으나,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만 병력 철수를 요청할 수 있다.

또 국정원장 소속으로 대테러센터를 두고 대테러센터장은 국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테러센터는 △테러관련 국내외 정보의 수집·분석·작성·배포 △테러에 대한 대응대책 강구 △테러징후의 탐지 및 경보 △외국 정보기관과 테러관련 정보협력 등을 수행한다.

대테러센터는 '테러단체의 구성원으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대해 △출입국 △금융거래 △통신이용 등 관련정보를 수집·조사할 수 있으며, 정보분석 결과 '테러를 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내·외국인과 국외에 거주하는 테러단체 구성원'에 대해서는 법무부장관에게 출입국 규제를 요청할 수 있다. 또 테러에 이용되었거나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외국환 거래에 대해 지급정지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재정경제부장관에게 요청할 수 있다.

국정원 직원 및 관계기관의 공무원으로 구성되는 대테러센터의 조직과 정원은 국정원장이 대책회의 의장을 거쳐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정하며 비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외교통상부장관은 대테러센터장이 테러경보를 발령한 국가·지역에 대해 해외여행을 규제할 수 있으며, 해당 지역을 여행하고자 하는 국민이 이를 신고하지 않을 경우 1천 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한편 법안은 △테러단체의 구성원은 5년 이상의 징역 △우두머리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 △테러자금을 조달하는 등 지원한 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여당이 당 차원에서 테러방지법 입법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조성태 의원실 관계자는 "(조 의원이 팀장을 맡은) 당내 태스크포스팀은 정부부처와의 의견조율이 잘 안되고 논의가 지지부진해 해체됐다"며 "계속되는 해외 테러와 함께 부산 아펙정상회의가 11월로 다가왔지만 대테러작전을 수행하려고 해도 법적 근거가 없어, 안보를 맡은 의원으로서 위기감을 느껴 (당론과는 무관하게) 직접 대표발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안에 대해 참여연대 양영미 간사는 "국민들에게 테러에 대한 공포심을 유발시켜 종국적으로 국가정보원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국가정보원을 해외정보처로 개편하고, 권한을 축소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나 아직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도 "국정원의 권한강화를 골자로 한 법안이 제출된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국민적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양 간사는 "테러의 위협은 그 원인이 되는 국가간·지역간 분쟁과 갈등을 해소함으로써만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자이툰 부대를 존속시키는 한 아무리 강력한 테러대응체제를 구축하더라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