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에 대한’ 교육이 인권교육이라는 오해
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인권강좌를 수강한 적이 있다. 사이버 인권배움터 내 ‘열린 강좌’라고 해서,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에 아이디를 등록하기만 하면 누구나 수강할 수 있다. 주제는 ‘아동권리의 이해’였는데, UN아동권리협약을 중심으로 아동권리를 설명한 30차시짜리 사이버 인권교육 강좌였다. 그런데 강좌 내용이 너무 조악해 내용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이 점은 차치하고라도, ‘클릭만으로 나의 아동권리에 대한 이해가 풍부해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정보 나열의 일방적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이버 교육이 인권교육의 한 방식으로 유효한 지에 대한 의문.
‘아동권리의 이해’ 사이버 강좌는, 아동권리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및 배경을 시시콜콜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아동은 이러한 존재다 / 아동권리는 이렇다 / 우리는 이래야 한다’는 등 단정적이고 근거도 빈약한 명제들의 클릭 행진 또한 30차시 내내 계속 되었다. ‘아동권리’라는 것이 단편적인 지식들을 많이 안다고 해서 ‘이해’되는 것도 아니고, 학습자로 하여금 그저 잘 꾸며진 파워포인트 자료를 숙지하게 하는 것이 인권‘교육’은 아닐 텐데……. 한편, 강좌에 담긴 명제들에 대한 궁금증이나 이견을 나눌 수 있는 통로도 하나 없어 답답했다. 학습자와 교육자 또는 학습자와 학습자 간의 소통이 인권교육을 인권교육답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소통에 있어 취약한 사이버 교육이 이러한 인권교육과 어떻게 결합할 수 있을까?
인권‘에 대한’ 교육도 이루어져야 하니 이러한 사이버 교육도 인권교육의 한 방식으로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모든 인권활동은 인권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니 인권교육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인권교육은, 단편적인 인권 관련 지식 습득을 넘어 각자의 인권감수성을 향상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때 학습자의 인권이 존중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것으로서 이는 학습자와 교육자 혹은 학습자와 학습자 간에 서로의 소통을 통해서 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사이버 인권교육은 ‘인권교육’이라 부를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럽다.
인권교육에 대한 오해 부를 우려되는 사이버 인권교육
국가인권위원회 온라인 인권강좌는 ‘국민 모두의 인권감수성 향상을 위한 참여 학습공간’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내 손’으로 인터넷 사이트를 찾아와 ‘클릭’만 한다고 하면 다 ‘참여’ 학습일까? 소통에 대한 고민이 없는 인권교육은 ‘인권교육’이 아니다. 이 점에서 사이버 인권교육은 ‘인권교육’이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점은 이미 소통에 대한 고민이 없는 사이버 인권교육 프로그램들이 이미 온라인 공간을 떠돌고 있다는 점이다. 일방적이고 주입식 위주인 사이버 인권교육으로 인해 사이버 상에서 인권교육을 처음 접한 많은 이들이 인권교육에 대해 치명적인 오해를 하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