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갇힌 지혜
정부는 미네르바를 감옥에 가뒀다. 법원은 미네르바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 글을 인터넷에 올리는 등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객관적인 통신사실 이외의 다른 범죄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점 등을 볼 때 증거인멸 내지 도주의 염려가 있어 구속영장 발부는 적법하다"며 구속적부심을 기각했다. 증거인멸이란다. 그가 이 사건의 증거자료를 인멸할 수 있어 그를 감옥에 가두겠다는 얘기인데, 미네르바는 인터넷 논객이었다. 그의 글은 이미 인터넷 바다에서 플랑크톤처럼 떠돌고 있다. 만약 그가 자신이 작성한 글 전부를 거둬내 태워버리고 싶다한들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그리고 그 증거자료라는 것이 그의 범죄에 대한 사실 관계를 확정할만한 것인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미네르바의 주장대로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한 사실이 밝혀졌으니 그의 주장은 허위도 아니다. 그러니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그가 도주할 이유가 없다. 이 정권은 그의 도주를 우려하는 것이 이 아니라, 자신의 치부를 파헤치는 '지혜'가 두려워 무고한 한 시민을 감옥에 가두고, 표현의 자유를 봉인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자신들이 이 땅에서 '도주'하지 않고도 살아 갈 수 있을테니까.
인권도 민주주의도 실종된 척박한 땅
사람들은 미네르바의 실체보다 표현의 자유를 황폐화시키고 있는 이명박 정권에 집중하고 있다. 미네르바의 진위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정부는 지금 공익을 해할 목적, 허위사실 유포 등을 운운하며 무리하게 법을 적용하여 사람들을 체포하고 구속하고 있다. 그 여파로 사람들은 자기 검열의 징후를 느끼며 괴로워한다. 말 한 번 잘못하고, 글 한 번 잘못 썼다가는 쪽박차고 패가망신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말의 힘과 말의 힘을 보장하는 민주주의는 형식만 남았을 뿐이다. 이명박 악법들은 의사 표현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를 침몰직전으로 몰아넣고 있다. 사이버모욕죄(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는 인터넷상의 단순 욕설마저 징역형까지 가능한 중한 형벌로 처벌하고, 모욕죄를 고소하지 않아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수사기관의 독선적인 행위를 일으켜서 표현의 자유를 극도로 제약할 수 있도록 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누구나 갖고 있는 휴대폰에 대한 수사기관의 감청을 사실상 자유롭게 허용하였으니 한 개인은 사생활의 자유를 유린당할 것이다. 국가정보원법 개정안과 제2의 국가보안법인 테러방지법(국가대테러활동에관한기본법안)은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에 대한 정치사찰을 강화하고 정보기관에게 모든 권한을 주었으니 이 사회는 인권도 민주주의도 실종된 척박한 땅이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말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도랑치고 가재까지 잡는 묘안을 내놓아 할 때에 빈대를 잡겠다고 초가 삼가를 태우고 있으니 이 정권은 분명 무능하다. 그리고 한 줌의 자유마저 용납하지 않겠다는 정부와 여당의 야심은 천박하기 그지없다.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정부정책은 이 사회는 퇴보시킬 것이다. 그리고 그 퇴보는 사회 전체를 '입 벌린 무덤'으로 몰아갈 것이다. 어제 새벽, 자신의 절박한 상황을 세상에 알려야 했던 용산 택지재개발지구 철거민들이 이명박 정권이 만들어낸 화마에 휩싸여 처참하게 죽어가지 않았는가. 살아서 절절하게 부르짖었던 그들의 바람은 온몸을 시커멓게 태운 후 죽음에 이르러서야 세상의 주목을 받았으니 고인들의 넋을 무엇으로 달랠 수 있을까.
세상이 이 지경에 이르러도 정부와 보수언론은 철거민들의 불법점거와 화염병을 들먹이며 자신들의 위상만을 높이는데 급급하니 참담하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위상을 높이면 높일수록 자신들이 추락할 나락의 깊이만 깊게 할 뿐이다. 그리고 일시에 추락할 것이다. 이들이 부여잡고 있는 권력의 실체는 국민들로부터 조롱받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일회용으로 허용된 썪은 동아줄이니까.
덧붙임
* 김일숙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