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중요한 선거를 관리하는, 부적절하고 불공정한 선거 행위를 단속하며 중립성을 확립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양승태, 아래 선관위)의 2010년 홍보 문구는 ‘선거로 말해요’이다. 사회에 대한 시민들의 바람과 요구를 투표용지에 담아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고 나라 발전을 위한 권리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는 의미일터. 하지만 요즘 선관위의 행태를 보면 긍정적인 의미의 선거 ‘독려’라기보다는 ‘선거를 통해서만’ 말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담겨 있는 듯하다. 투표하기 전에는 자신의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 말라. 이게 웬 황당한 일이란 말인가?
선관위는 지난 4월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선거 쟁점에 대한 광범위한 홍보는 위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4대강 사업 반대에 적극적이었던 당시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의 활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이다. 실제로 선관위는 천주교 성당의 ‘4대강 사업 반대 현수막’ 철거를 요구하고, 파괴되어가는 4대강의 모습을 담은 지율스님의 ‘4대강 사진전’도 막았다. 또한 낙동강을 살리려는 시민환경단체의 ‘4대강 사업 반대 펼침막 매달기 운동’에도 선거법 위반의 딱지를 붙였다. 법에 근거하여 취한 조치라고 선관위는 우기지만, 정부 및 공공기관이 줄기차게 진행하는 4대강 홍보사업에는 눈을 감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면 법의 잣대는 어디에 있는지 의문스럽다.
4대강 사업뿐만 아니라 무상급식이나 천안함 사건에 대한 언급도 선관위는 용납하지 않을 태세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쟁점을 선거에 이용하는 방식’에 제재를 가한다는 선관위의 입장은 이미 수차례 언론보도로 확인되었다. 단지 ‘선거기간’에 ‘선거쟁점’을 이야기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선거기간에 무엇을 주제로 토론하고 논쟁을 벌여야 하는 것인가? 본래 선거란 자유로운 입장들 사이에서 자신이 공감하는 정책에 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었던가?
철지난 선거법 아래 자행되는 선관위의 행동은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정부가 자행하고 있는 잘못된 정책들을 비판하고 이를 보완할 적절한 공약을 알리는 것은 정당한 시민의 권리이다. 근거 없는 비방으로 점철되는 선거 유세는 당연히 막아야겠지만, 정당한 문제제기까지 선거법이라는 굴레 안에 가둬서야 되겠는가. 이런 문제를 안고 있으니 전라남도선거관리위원회마저도 이의를 제기한다. ‘중앙선관위의 결정은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임
정재영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자원활동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