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엔 다문화가 없다!
2011년 현재 한국에 90일 이상 거주하는 이주민, 귀화자, 다문화가족 자녀 등 다문화*인구는 136만으로 전체 인구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에서 이주민이 주목해야할 그룹으로 등장하던 시기는 1986년 아시안게임 이후부터라고 하니 이주민의 유입시간은 고작 25년 정도로 빠른 증가 추세라고 볼 수 있다. 초창기 이주민의 대부분은 이주노동자들로, 현재도 40만 명 이상의 이주노동자가 한국 산업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과 달리 이주 노동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 등 한국사회 구성원의 인권의식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최근 우리사회의 다문화 담론이 폭발적 증가 추세에 있다. 이 배경에는 1990년대부터 증가한 ‘국제결혼’으로 인한 다문화가족의 증가, 다문화가족 2세들이 학령기에 접어들면서 처한 현실적 요구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한국가족의 테두리 내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보호와 지원’이라는 한국적 다문화정책이 만들어지면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이주노동자, 탈북주민, 난민 등은 전보다 더 배제되고 있다. 단순히 대상에서의 배제를 넘어 더욱 큰 문제는 다문화 교육이나 지원의 내용이다.
먼저, 다문화의 의미는 어떠한가. ‘다문화 교육이란 다른 인종, 성, 사회계층, 언어 및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도록 함으로써 서로의 공동 목표를 위해 상호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교육’(Morrison, 1998)이라는 정의가 있다. 사실 이 정의도 문화에만 갇혀있는 한계가 있다. 다문화라고 했을 때는 인종이나 국가 간 문화의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 계급(class)의 문제가 들어가기도 하고 가부장적 문화의 문제도 얽히고 교차되는데, 현재의 ‘다문화’에만 압도되면 복장, 음식 등의 문화 차이를 이해하는 것으로 가버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이것은 바로 다문화에 대한 협소한 이해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우리의 현실에서는 정책적으로 도용된 ‘다문화’라는 언어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문화로 매우 협소하고 제한적으로 해석, 적용되고 있어서 이에 따라 다문화교육의 내용과 의미, 역할 또한 제한되고 있는 현실이다. 일례로 많은 이주노동자들의 자녀들과 한국 아이들이 함께 교육을 받고 있지만 앞으로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가진 아이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게 될 교육현장은 단순히 한국문화만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문화의 관점에서의 차이와 이해를 강조하는 이러한 교육 안에서 이주노동자 인권문제를 주제로 한 내용은 거의 배제되어, 인권교육으로서의 다문화 프로그램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들’, 다문화와 인권의 만남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다
가끔 ‘들’에도 다문화 교육의 요청이 들어온다. 요청하는 쪽의 기대는 문화 이해를 통해 차이를 존중하는 것 정도이다. 문화적 차이마저 반도 끝에 고립되어 비슷한 문화만을 공유하며 살아와서 타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고, 심지어는 지역 간(전라도, 경상도 나눠가며)의 문화에 대한 배척마저 강한 이 옹골지게 배타적인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면이 없다고 볼 순 없으나 단순히 차이만 이해하는 것이 다문화 교육일까 하는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차이를 인정한 존중도 중요하지만 다문화 속에 존재하는 차별의 문제, 차이의 인정을 넘어 보편적 인권의 실천이라는 측면에서 다문화와 인권의 만남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어 그동안 다문화교육에 힘써온 단위들과 만나서 공동의 노력을 해보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그렇게 해서 포럼을 준비하는 “다문화 +인권을 고민하는 모임”(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인권교육교사모임, 아시아의친구들, 인권교육센터‘들’)이 만들어졌다.
다문화 포럼, 날개를 펴다 - “다문화 교육은 다문화 사회를 만드나?”
다문화 교육을 통해 다문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하나, 문화체험 교육 위주의 다문화 교육은 그 한계가 명확하다. 다문화 교육을 중심적으로 해온 단체들의 경우 정부 주도의 문화이해 중심의 교육을 넘어 인권적 고민을 담아 다문화 교육을 준비해왔지만 학교에 외부강사 형식으로 들어가는 교육 형식 안에서 한계가 명확했다. 첫 포럼은 다문화 교육의 한계를 명확히 깨닫고, 이를 넘어설 과제의 도출을 위해 현 단계에서 진행되는 다문화 교육을 검토해보는 것에 집중했다.
첫 번째로 「외국인 이주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의 석원정 님이 “다문화인권교육, 짧은 흐름과 무거운 고민들- 이주노동자 인권단체의 경험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이주민을 둘러싼 한국사회 정책의 변화와 다문화 교육의 흐름, 문제점에 대해 발제했다. 이날 두 번째 발제는 “초등학교 다문화 교육의 현실”이라는 주제로 「인권교육교사모임」의 이기규 님이, 세 번째로는 “고등학교 사회(고1)의 다문화 사회 내용 비판”이라는 주제로 「아시아의친구들」회원이신 김준휘 님이 발제를 했다.
모든 발제를 여기에 언급하거나(발제문은 ‘들’자료실 참고), 실제 논의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의견 모두를 담아내기는 힘들겠고, 공통 문제의식은 문화이해 중심의 교육의 문제이다. 문화 이해라 하면 모든 문화를 다 다뤄야 하나? 문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단순히 문화적 차이만 이해시킴으로써 오히려 낙인의 효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었다. 실제 필요한 것은 각 문화의 가치를 아는 것인데 현재까지는 그 부분은 없고 ‘다르지만 차별하지 말자’라는 단순한 메시지만 줌으로써 오히려 아이들로 하여금 다문화 교육을 받은 후에 다른 피부의 아이들을 더욱 의식하게 만들고,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경우 자신이 한국인이라 믿었던 정체성의 혼란만을 가져와 오히려 이 교육에서 낙인찍히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나마 문화 이해 교육을 학생들만 받는다는 것도 문제로 언급되었다. 그리고 다문화 교육 및 지원이 갖는 낙인찍기의 문제점을 들어서 어떻게 보편적 지원으로 바꿀 것인가에 대한 점도 이야기 되었다.
1차 포럼은 다문화 교육과 인권의 만남을 위해 다음과 같은 고민들을 더 이어가자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1. 학교에서의 다문화교육에서 현재는 학교 문화 전반의 변화에 대한 고려가 없고, 교사나 이 부분을 담당하는 교육공무원들의 변화는 더더욱 이야기 되지 않는다. 이들에게도 다문화를 이해시킬 교육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될까?
2. 다문화에 대한 우리 사회 낮은 인식수준을 대표하는 교과서 문제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3.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는 적응과 동화의 차이를 어떻게 구체화시켜서 접근할 것인지 논의해보자.
4. 문화에 대한 개별 국가 중심적인 접근, 어떻게 다르게 해체해서 접근할 것인가?
5. 잊혀진 50%인 이주노동자의 문제와 인권의 현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이와 연결해서 반차별/문화교육을 하면 되는데 그 안에서 이주의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과제로 남는다.
6. 대부분의 사회적 지원이 다문화가정 지원 등으로 분류하는데 어떻게 보편적 지원으로 이동시킬 것인가? 그래야 지원과정이 낙인이 되지 않을 테니까.
2. 다문화에 대한 우리 사회 낮은 인식수준을 대표하는 교과서 문제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3.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는 적응과 동화의 차이를 어떻게 구체화시켜서 접근할 것인지 논의해보자.
4. 문화에 대한 개별 국가 중심적인 접근, 어떻게 다르게 해체해서 접근할 것인가?
5. 잊혀진 50%인 이주노동자의 문제와 인권의 현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이와 연결해서 반차별/문화교육을 하면 되는데 그 안에서 이주의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과제로 남는다.
6. 대부분의 사회적 지원이 다문화가정 지원 등으로 분류하는데 어떻게 보편적 지원으로 이동시킬 것인가? 그래야 지원과정이 낙인이 되지 않을 테니까.
다문화 포럼, 날개짓 하다 - “다문화와 인권의 만남을 위한 쟁점들”
새로운 다문화인권교육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했으나 1차 포럼은 많은 논의과제를 남겨 사실상 더욱 복잡하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서게 했다. 하지만 이것은 바로 그만큼 해결해가야 할 과제가 다문화 교육 안에 매우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의 반증이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의 해결방안을 단번에 낼 순 없기에 첫 번째의 문제의식이었던 왜 다문화 교육을 함에 있어 인권을 고민하게 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했다. 우선, 인권교육센터 ‘들’의 묘랑 활동가가 “다문화+인권 교육을 고민하다”라는 주제로 다문화인권교육을 위한 조건들에 대해 꼼꼼한 고민들을 이야기했다. 우선 다문화 교육에서 문제시 되었던 문화체험 교육을 벗어나기 위해서 문화란 무엇이고, 다문화를 교육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는 자리를 가졌다.
지금의 다문화교육에서는 문화를 고정적, 물질적인 것으로 파악하나, 문화는 고정된 것이 아니고 생활양태부터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행동하기 위한 사고나 지식이 문화라고 할 때 지금의 다문화교육의 내용은 확장되어야 할 것이 제안되었다. 다문화 교육은 다름을 가르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지만 여기에 머물지 않고 자문화중심주의를 내려놓고 타 문화의 관점에서 볼 수 있는 힘을 키우고, 문화 간 우월/열등 문화를 판단하는 권력과 불평등 대우의 맥락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화를 대하는 관점의 새로운 정립을 통해 이주민의 평등이 논의될 때 정치적인 권리까지 포괄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진 발제는 ‘아시아의친구들’ 차현숙 활동가의 “다문화 교육에서 피해자화 하지 않고 권리를 이야기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다. 이것의 획기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발제의 핵심이라기보다는 역으로 작은 경험들 안에서 획기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다. 소수자의 권리가 다수자들의 양해와 관용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 아닌 당연한 권리라는 생각으로 연결되게 하기 위한 실천적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관점을 다르게 접근하는 것을 발제는 제안한다. 일례로 ‘이주노동자 문제’라는 표현 속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주체가 이주노동자인 것처럼 여겨진다. 사실은 한국의 노동 환경이 문제인데도 말이다. 따라서 명명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세금내지 않고 돈 벌어 본국으로 송금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에 대해서는 ‘아무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교육받은 성인 노동자를 데려와 맘껏 노동력을 쓰고 그들의 미래는 책임지지 않고 돌려보내는 송출국’이라는 관점으로 전환해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식으로 결혼이주여성의 경우 ‘가난한 나라에서 팔려 온 여성’에서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선 용기 있고 주체적인 여성으로 초점을 옮길 수 있다. 이렇듯 고착화된 이미지를 깨는 작업을 통해 다문화교육 안에서 이주민을 끊임없이 불쌍한 소수자의 이미지로만 덧씌우는 것을 벗어나자는 제안이었다.
함께 비상할 준비를 위하여
다문화 교육과 인권교육의 만남을 위해 참여자들은 세 모둠으로 나누어져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논의를 진행했다.
• 쟁점 1. 다문화인권교육이란 용어는 적합한가? 인권교육이라고 하면 되는 것 아닌가?
• 쟁점 2. 동화주의적 교육에서 벗어난다는 것, 국가 단위 중심의 문화 교육에서 벗어난다는 것의 구체적 내용과 방향은?
• 쟁점 3. 피해자화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
• 쟁점 2. 동화주의적 교육에서 벗어난다는 것, 국가 단위 중심의 문화 교육에서 벗어난다는 것의 구체적 내용과 방향은?
• 쟁점 3. 피해자화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
다문화인권교육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현 상황에서는 ‘이주민인권교육’이 적당하지 않을까라는 견해가 제시되었다.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라고 하면 각인된 이미지가 있다. 한국 남성과 이주 여성이 결혼한 다문화가정만 포괄할 뿐 이주노동자, 한국 여성과 결혼한 외국인 남성도 담지 못한다. 한계적이고, 현실적으로 피해자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예전에 이주노동자지원단체에서 외국인노동자를 언젠가부터 의식적으로 ‘이주노동자’라고 썼다. 외국인이라 함은 계속 이방인일 테지만 이주민은 지역을 이동한 측면에서 보는 것이므로 동등한 주체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이 그래도 높은 용어라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반론도 있었다. ‘다문화’ 용어는 가치중립적인 말이기에 단어에서 나온 이미지가 아니라, 우리의 기존 고정관념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언어를 바꾸기보다는 의미를 되찾아 오자는 견해였다. 결론은 내리지 않았다. 명칭 개정이 목표라기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담은 새로운 고민을 통해 적합한 새로운 교육의 내용을 고민하고 그 새 술을 담을 새로운 부대가 있다면 고민해보자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이주민에 대한 동화교육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언어 교육의 경우 이주민들이 한국사회에서 적응, 생존, 더 나은 직업을 갖기 위해 선택할 경우 적극적으로 이를 도와야 한다. 그러나 굳이 안 배워도 되는 조건들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다양한 선택들이 인정되고 인정받을 수 있는 조건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제 다양한 발음, 어감 등 다양한 한국어가 인정될 필요도 있다는 의견이 제출되었다. 한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 더 배워야 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괜찮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이주민 입장에서 현지어를 배워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필요한 것이지만 그들의 본국어도 중요하다. 그것을 존중하는 것은 단순히 기억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언어라는 것을 통해 그들의 관계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이 될 때 동화주의가 아닌 평등한 다문화 사회로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언어뿐만 아니라 다른 비언어적 도구, 그림 등이 다문화 사회에 중요하게 보급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밖에도 많은 의견과 과제가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이 지면에 모두 정리해내는 것은 정리자의 한계도 있지만 이것을 넘는 고민의 다양한 가닥들, 참여자들의 다른 뉘앙스의 다른 고민들이 아직은 하나의 정리된 글로 표현될 수 없기에 불가능할 것이다. ‘다문화인권교육’을 고민하는 모임은 이후에 지속적인 모임을 통해 두 차례의 날개짓에 멈추지 않고 더욱 구체적인 교육의 내용을 고민하는 모임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갈 계획이다. 다음에 더 나아간 교육 내용으로 다시 이곳에서 날개를 펼쳐보겠다.
* 다문화란 모든 문화를 지칭하는 것일진대, ‘다문화가족 자녀’라고 하여 이주한 가족, 혹은 국제결혼 가정 아이들만 구분하여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 것이라 생각되지 않지만, 현재 통용되고 있어서 일단 원주민과 구분하기 위해 사용한다.
덧붙임
정주연 님은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