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김석기 씨가 서울경찰청장으로 재임할 당시, 용산 철거민 농성을 경찰이 과잉 진압해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했다. 당시 김석기 씨는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서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차기 경찰총장으로 낙점을 받은 상태였고 그는 할 수 있는 모든 충성(?)을 보여 결국 끔직한 재앙을 몰고 왔다. 김석기 씨는 “여기 사람이 있다”는 철거민의 외침을 듣지 않았다. 협상이나 대화는 단 한 번도 없었고 농성 하루 만에 경찰특공대를 전격 투입한 결과 6명이 사망했다. 용산철거민 사망사건은 국가가 국민의 목숨을 담보삼아 어떤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지 보여준 대표적인 ‘국가폭력’으로 기억되고 있다. 영화 <두 개의 문>을 통해 7만 관객은 그 진상을 확인했다.
용산참사 이후 김석기 씨는 경찰직에서 물러났다. 외교관에서 국회의원 출마까지 김석기 씨의 행적을 보면, 과연 이 사람이 어떤 마음 상태인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억울한 건 나라고, 왜 나만 갖고 그러냐고, 내가 왜 물러나야 하냐고’ 그래서인지 그가 쏟아내는 말들을 보고 있으려니 고인과 유가족, 국민들을 이렇게까지 무시해도 되나 싶다.
2009년 김석기 씨는 서울경찰청장 사퇴회견문에서 “극렬한 불법폭력행위에 대한 경찰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과정에서 발생한 예기치 못한 사고”라고 밝혔다. 2012년 고향인 경주에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하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며 “경찰이 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정당한 법 집행을 한 건데, 그 탓에 공천을 줄 수 없다고 하면 대다수 국민은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2013년 김석기 씨는 한국공항공사 후보 공모 지원서에서 “용산 사고의 본질은 불법 폭력시위로부터 선량한 시민을 안전하게 지킨다는 정당한 법집행에서 출발한다”고 적었다.
그동안 박근혜 정권이 보여준 인사정책은 국가기구 운영에 대한 그들의 철학이 분명히 드러난다. 김석기 씨의 말을 살펴보면 ‘불법폭력행위’에 대응하는 ‘정당한 법집행’이라는 말이 반복해서 나온다.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킨 공로자 김무성 씨는 ‘공권력 확립과 사회안정 달성’이란 토론회에서 “정당한 공권력과 법치주의 확립”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그래서인지 국민들은 반대했으나 박근혜 정권이 밀어붙였던 공직자들은 유난히 법치주의를 좋아하는 사람들로 꾸려졌다. 청와대 비서실장 김기춘 씨, 얼마 전 그만둔 청와대 전 민정수석 곽상도 씨, 법무부 장관 황교안 씨를 살펴보면 온통 공안통들이다. 공안통의 특성이 무엇인가, 국가안보와 사회안전을 신주단지 모시는 이들이 아닌가? 국민의 안위와 평안보다 정권안보에 모든 에너지를 투입하는 이들에게 다만 김석기 씨가 더해진 것뿐이다. 이들의 이력에 전혀 뒤지지 않는 김석기 씨는 그러고 보면 박근혜 정권에 참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김석기 씨는 언제까지 유가족을 피해 다니면서 허수아비 사장 노릇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제발 그가 사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나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살아가기를 바란다. 여섯 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람을 공기업 사장으로 둘 수는 없기에 용산 유가족들과 용산참사진상규명대책위원회는 공항공사 앞에서 매일 아침 출근저지투쟁을 하고 있다. 사실상 용역인 청원경찰까지 동원해서 유가족을 괴롭히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 김석기 씨. 그가 가야할 곳은 한국공항공사 사장실이 아니라 감옥이다.
덧붙임
최은아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