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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발언대] 용산참사, 누구의 책임인가

구속 철거민 재판 앞두고 용산참사의 법적쟁점 토론회 열려

용산참사 이후 80여일이 지났으나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철거민들은 피의자로 4월17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지만, 경찰은 정당한 공무집행을 행사했다며 면죄부를 받았다. 용산에서 개발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용역들은 불법적인 폭력을 일삼았고, 참사 당일까지 남일당 건물에서 철거민들에게 폭력을 가했던 용역들에게는 가벼운 형량이 부과되었을 뿐이다. 검찰은 농성했던 철거민 7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사망한 철거민 5명의 죽음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그러나 과연 검찰이 경찰에게 준 면죄부는 정당한 것인가?

용산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구체적이고 법리적으로 따져보고자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용산철거민 사망사건 진상조사단은 지난 4월2일 <용산참사, 누구의 책임인가>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용산 철거민 농성을 진압하는 과정과 결과에 경찰의 위법성이 어떻게 구성될 수 있는지, 진압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초래한 결과에 대해 누구에게 형사책임을 지울 수 있는지를 세세하게 짚어보았다.

4월 2일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열린 토론회 모습

▲ 4월 2일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열린 토론회 모습



과도한 경찰력 사용은 위법, 경찰은 책임이 없는가

‘강제진압과 관련한 경찰권 행사의 범위와 한계’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이상명 교수(순천향대 헌법학)는 언론보도와 진상조사단 자료를 통해 사건 발생 전날 농성자들이 경찰과 용역의 물대포 진압과 접근을 막기 위해 2차례 화염병을 투척했으나 매우 경미했고, 무작위로 고의적 공격을 가한 사실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긴박한 위험상황을 이유로 ‘안전을 위해서’ 경찰특공대를 투입했다는 정부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이 교수는 불가피하게 기본권을 제한하게 될 경우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부가 제정한 법률에 근거해야 하는데, “이러한 기본권법률제한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경찰특공대 운영규칙이 법적 문제점이 있다”고 제기했다. 진압을 위해 경찰특공대가 현장에 투입할 때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기에 법률로 규정되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현재 경찰특공대에 대한 규정은 경찰특공대 운영규칙과 행정안전부령으로만 있을 뿐이다. 또한 그는 이번 사건에서 경찰특공대 투입이 결정되고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경찰비례의 원칙은 경찰권을 발동할 때 위험의 예방이나 장해의 제거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단을 사용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권배근 교수(광운대 경찰행정법)는 “경찰특공대도 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경찰권이 행사될 경우 국민의 기본권 제한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기본권법률제한원칙의 위반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다른 입장을 제시했다. 권 교수는 오히려 이번 사건에서 경찰의 핵심적인 위법은 최소 침해의 원칙 위반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당시 경찰은 사고가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에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고, 이미 화재가 1차례 발생했지만 이에 대해 주의하지 않고 진압을 강행했다. 이렇게 경찰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기준을 위반했기에 위법이라는 것.

권영국 변호사도 "충분한 설득 없이 특공대를 조기 투입하고, 퇴로를 확보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강제해산한 것은 법집행 매뉴얼에서 명시하는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므로 최소 침해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권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으로 상당성의 원칙(협의의 비례원칙) 위반을 더 짚었다. 경찰은 사고의 위험성을 인지했음에도 진압을 강제했고 이로 인해 대규모 인명 피해라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상당성의 원칙에 비추어보면 경찰권이 적합하게 행사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침해되는 불이익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크면 안 된다. 그러나 용산에서 과도한 경찰력 사용은 결국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경찰과 농성자, 누구에게 형사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이어서 ‘경찰과 농성자의 형사 책임’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최정학 교수(방송대, 헌법)는 농성자들의 기소 혐의에 대해 조목조목 짚었다. 농성자들에게 씌워진 주거침입, 재물손괴, 일반교통방해라는 혐의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다음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미 비어있는 남일당 건물에서 농성한 것을 주거 침입으로 볼 수 있는지, 화염병 투척을 통한 재물손괴와 교통방해가 심각한 피해를 야기했다는 사실관계가 성립되는지, 형사책임을 물을 만큼 심각한지 등이다. 무엇보다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라는 혐의를 농성자들에게 적용하려면 검찰이 충분한 입증을 해야 한다고 최 교수는 강조했다. 검찰은 발화원인이 화염병 투척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화염병을 투척한 행위자가 불특정한 상황이기에 이 같은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최 교수는 조기진압이 과연 필요했는지, 진압시 안전요건을 준수했는지, 사고를 예견하고 이에 대한 주의의무를 준수했는지를 짚으면서 업무상 과실치사로 볼 수 있기에 경찰의 진압행위가 위법하다고 했다. 그리고 진압행위에 대한 경찰 수뇌부의 지휘․ 감독 책임이 있는데, 사건 당시 무전기를 끈 채 집무실에 있었다는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와 현장에서 용역들의 경비업법 위반에 대해 묵인한 경찰은 직무유기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규 교수(외국어대, 형법)는 농성자들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라는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경찰력의 행사가 적법했는지의 여부가 우선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장서연 변호사는 경찰력이 본격적으로 투입되기 이전인 사건 전날 경찰이 용역들과 합동작전을 벌였는데 이는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명백하게 위법한 공무집행이라고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또한 진압과정에서 대량 물포 분사로 인해 농성자들이 몰려있게 했고, 폐쇄된 공간에서 질식의 위험이 예상되는데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경찰비례원칙에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철거민들의 행위에 정당방위나 긴급피난을 적용할 수 있는지의 논쟁도 있었다. 최 교수는 철거민들이 농성을 하게 된 행위에는 용역들의 폭력을 피하기 위한 이유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에 대해 긴급피난으로 볼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김 교수는 판례를 보면 매우 제한적으로만 긴급피난을 적용하기에 이번 사건에서 긴급피난이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그러나 긴급피난의 적용 여부에 앞서 이번 사건의 발단이 철거민들의 농성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적극적으로 그 배경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이 토론에서 강조되었다.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각 주제별 토론이 끝나고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경찰특공대가 법률로 규정될 경우 이로 인한 더 큰 인권 침해가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비판이 있었다. 아직까지 용산 참사에 대한 어떠한 해결도 마련되지 않은 것에 안타까워하며 추모집회조차 불허하는 경찰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도 있었다.

검찰의 편파성은 이미 수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용산 참사의 책임을 오롯이 철거민들의 책임으로 돌렸고, 철거민 5명의 죽음에 대해서는 외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구속 철거민들은 기소된 이후 국민들에게 진실을 가려달라고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

개발 사업이 초래한 재앙 속에서 생존권이라는 최소한의 권리를 지키고자 농성할 수밖에 없었으나 이러한 저항조차 어떠한 여지도 마련하지 못한 채 진압되었고 그 과정에서 사람이 죽었다. ‘저기 사람이 있다구요’ 절규하던 이들의 목소리는 무시되었다.

과연 경찰은 용산참사에 책임이 없는가? 용산참사 88일째가 되는 4월17일 구속 철거민들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다. 이미 촛불재판 개입을 통해 신뢰를 잃은 사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걱정스럽다. 양심과 독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사법부가 스스로 정권의 도구를 자처하면서 스스로 사망 선고를 내리지 않기를 바란다.
덧붙임

민선님과 이상현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