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언제쯤 시작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누군가는 해가 넘어가는 1월 1일을, 누군가는 새 학기를 맞이하는 3월을 말하겠지만, 사랑방 상임활동가인 저는 2월에서야 비로소 한 해가 시작된다고 느낍니다. 사랑방은 주변 단체들로부터 회의가 많고 길다는 농담 섞인 평가를 듣곤 하는데요, 사랑방에는 회의뿐 아니라 총회도 많습니다. 가끔 건너뛸 때도 있기는 하지만, 분기별로 일 년에 4번씩 총회를 진행하거든요. 그 중에서도 매년 1월 말에서 2월 초에 진행하는 1/4분기 총회는 지나간 해를 평가하고 다가올 해의 계획을 수립하는 자리이기에 더 큰 무게감을 지니곤 합니다. 지난 2월 6일, 올해도 어김없이 인권운동사랑방 1/4분기 총회를 진행했습니다.
2020년을 살아낸 모두가 그러했듯이, 사랑방 역시 아무 것도 예상하지 못한 채 코로나19 정국을 마주했습니다. 애초 예정했던 활동 계획이 모두 중지되거나 변경되는 등 헤매면서도, 그 안에서 할 일들을 찾고 해나간 해였다는 평가를 나눴습니다.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 활동을 통해 감염병 재난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인권의 원칙을 되새겼고, 공권력감시대응팀은 방역을 이유로 집회가 전면 금지되는 상황에 문제제기하는 활동을 펼쳤습니다. 열 명이나 다섯 명 이상은 모이지도 말라는 방역 지침 아래에서도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평등버스’와 같이 함께 외치는 활동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작년 사랑방이 조직적으로 다같이 힘을 들여 진행한 사업은 역시 <빠듯하지만 뿌듯하게 – 인권 운동사랑방 후원인 하기>였는데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시기가 변경되며 긴 준비기간을 거쳤지만, 높은 목표치가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후원인 하기’ 기간 동안 많은 분들 이 힘을 보태주신 덕분에 과정과 결과, 모두 잘 진행하고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분들이 사랑방 활동에 보내주신 마음을 받아서 앞으로 우리는 어떤 활동을 해나가야 할지, 뿌듯함과 부담감을 동시에 안고 2021년 계획에 대해서도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먼저 조직적으로는 오랜 숙제처럼 남아있던 멤버십 체계 개편을 주요 계획으로 삼았습니다. 사랑방에는 상임활동가뿐 아니라 돋움활동가와 자원활동가와 같이 다양한 활동가 멤버십 체계가 있습니다. 이는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인권운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랑방의 운동원칙선언에 따른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더 이상 새로운 돋움활동가가 입방하지 않은 시간이 길어졌고, 자원활동가 모임은 근 몇 년간 1개만 운영되는 등 돋움과 자원 멤버십이 각각 부침을 겪어 온지 오래되 었습니다. 작년에는 이러한 멤버십 체계 개편을 위헤 논의 목표와 항목을 정돈했고, 이를 바탕으로 올해는 구체적으로 멤버십 체계를 논의해 개편할 예정입니다.
또 다른 계획으로 ‘다시 변혁을 꿈꾸는 운동’을 만들어가자는 20주년 당시의 다짐을 떠올리며, 그 시작으로 함께할 사회운동에 질문을 던지는 자리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사랑방 내부적으로는 변혁을 위한 채비를 다지는 공부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인권으로 세상을 바꾸려고 할 때, 바꾸려는 세상은 무엇인지 알자는 취지입니다. 체제, 사회구조, 변혁, 모두 거창하고 거리감 느껴지는 단어들입니다. 사랑방에 함께 모여 있는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각자 이해하는 방식과 내용에 차이가 있기도 합니다. 차이를 확인하고 거리감을 줄여나가며, 세상 바꾸자는 말이 공허한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논의와 토론을 이어나가겠습니다.
막상 글로 써보니 명확한 사업보다는 모호한 고민으로 채워진 계획이네요. 한 해 동안 사랑방이 어디로 어떻게 나아갈지 모르겠지만, 후원인 여러분의 든든한 지지를 기억하며 즐겁게 활동해 나가겠습니다. 비로소 시작된 사랑방의 2021년 활동, 관심 가지고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