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사회단체공동 성명서> 인권·통일운동가 권오헌 선생에 대한 압수수색을 규탄한다!
12월 2일 오전 경찰청 보안수사대가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권오헌 선생(78)의 자택을 국가보안법 상 찬양고무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권오헌 선생이 양심수 후원회 조직을 통해 비전향 장기수 지원 사업을 했다는 것을 서두로, 7.4 남북공동성명 40주년 기념행사 발언 내용, 통일뉴스 기고 내용, 범민련 남측본부 기념식 발언, 김정일 국방위원장 조문 관련 기자회견 내용 등이 적시되어 있었다고 한다.
비전향 장기수! 우리 사회에선 어느덧 잊혀졌지만 여전히 우리 발밑에 살아있는 어떤 야만을 드러내는 이름이다. 법이 정한 형기가 끝난 후에도, 사회주의와 외세로부터 자유로운 통일의 내심의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공 불법 국가가 보안감호제로 계속 감옥에 가둬 두어야만 했던 이들의 이름이다. 야만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 꽃 같은 청춘을 송두리째 감옥에 바쳐야 했던 이들의 이름이다. 민주화의 열기 속에 출소한 뒤에도, 껍데기가 되어간 민주주의와 풍요로운 공허의 한 켠에서 보안관찰의 싸늘한 시선 아래 살아야 했던, 아니 살고 있는 이들의 이름이다.
그 외로움을 지금까지 묵묵히 함께 해온 것이 민가협 양심수후원회와 인권운동가 권오헌 선생이었다. 이것이 선생이 받고 있는 “혐의”의 서두이다.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길 거부하고 잠복했던 불법 국가의 시선이다. 선거 부정으로 위조한 형식적 정당성으로 갈아입었어도, 감출 수 없는 불법 국가의 악취다. 역사의 반동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징후다.
지금도 갇혀있는 또 다른 양심수들을 지원하며 분단 극복과 평화 통일을 위한 공개적 발언과 언론 기고 활동,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아온 78세 고령의 선생을 겨누고 있는 것은 국가보안법 상 찬양 고무 금지 조항이다. 국가보안법의 찬양 고무와 이적표현물 금지 조항은, 국가기관이 자의적으로 휘두를 위험과 광범위함으로 인해 위헌이며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로 합헌적으로 축소 해석해야 한다고 이미 89년에 헌법재판소가 한정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도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수 년 전의 공개 발언과 기고 글을 지금에야 문제 삼는 이 자의적 집행이야말로 국가보안법의 위헌성과 위험성은 한정 합헌 따위로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한다. 그저 반인권적 법 하나가 폐지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불의한 정권 하나를 바꾸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취약했던 민주 정부 아래 웅크리고 있다, 이제 다시 어깨를 펴는 이 불법 국가를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역사의 뒤편으로 보내는 투쟁 속에서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한다.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후퇴와 침탈과 고통들을 보라. 이것 없이 진정한 인권 보장의 튼튼한 실현은 가능하지 않다.
2014년 12월 5일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국제민주연대, 다산인권센터, 민가협, 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 서울인권영화제, 인권연대,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