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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구_창] 발전권의 이론과 실천에 대하여 (3) (Arjun Sengupta, Human Rights Quarterly Vol. 24, 2002)

이 논문은 1998년부터 6년여 발전권에 관한 독립전문가로 활동(현재는 인권과 극빈에 관한 독립전문가)한 아르준 센굽타(Arjun Sengupta) 씨가 유엔인권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들에 근거하여 쓴 것이다. 최근 개발과 인권간의 문제, 발전권의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인권오름>을 통해 네 차례에 걸쳐 이 논문의 주요 내용을 발췌·정리하여 소개한다.

<글 싣는 차례>
(1) 발전권의 이론
(2) 발전권을 둘러싼 논쟁들
(3) 발전권의 실천
(4) 이 논문에 대한 비평들


(3) 발전권의 실천

A. 국제협력

발전권은 1970년대 신국제경제질서(NIEO) 수립을 둘러싼 남반구와 북반구 국가들 간의 대립과 결합되어, 3세계 국가들이 주창한 것이었다. 따라서 모든 국제관계에서의 동등한 처우, 주로는 자원의 이전과 무역과 금융에서의 유리한 대우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당시에 3세계 국가들이 사용했던 언어의 상당수는 오늘날 적절성을 상당히 잃었다. 그렇지만 발전수준의 차이에서 생기는 문제와 국제 협력에 대한 의존성의 본질적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부채 문제 해결, 생필품 가격과 수출 소득의 불안정성 감소, 국제 금융 체제의 부적절성 등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국제협력은 다양한 형태를 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국가들에서, 발전권과 관련된 목적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추가 자원의 유입보다는 기존 자원의 효과적 이용이 보다 중요하다. 투명성, 책임성, 형평과 권한강화의 증대로 이어지는 권리에 기반한 접근이 외국 원조의 더 많은 투입 요구를 줄일 수 있다. 국제협력이 바람직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 할지라도, 발전권을 이행해야 할 3세계 국가들 자신의 책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인권적 접근에서 국가의 책임은 절대적이다. 국가는 입법을 하고, 적절한 조치를 채택하고, 공공활동을 하고, 풀뿌리 차원의 권한강화를 위한 계획을 공식화해야 한다.

발전권 이행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 의무 또한 절대적이다. 국제협력에는 두 차원이 있다. 하나는 다변적 과정으로 모든 개도국들이 접근할 수 있는 편의를 선진국, 다국적 기구, 국제 제도가 참여하여 제공하는 것이다. 하나는 특수 상황에 적합한 조치를 요구하는 문제를 다루기 위해 쌍무적 편의 또는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조정을 통하는 것이다. 인권의 구조 속에서 이러한 국제협력은 의사결정과 이익의 공유 둘 다에서 투명성과 비차별성을 가져야 할 뿐 아니라 평등하며 참여적이어야 한다.

1. 개발 원조

국제 경제 협력의 방법 중의 하나는 공적 개발 원조(ODA) 또는 대외 원조라는 것이었다. 공적 개발 원조는 시장 보상에 이끌리지 않고, 공공당국의 재량에 따라 주어지고 이용될 수 있다. 많은 개도국들은 사회적 보상이 높다 할지라도, 시장 보상을 산출할 수 없기 때문에 사적 자본을 유인할 수가 없다. 공적 개발 원조는 교육, 건강, 영양 등 사회발전의 지표에서 매우 높은 사회적 보상을 갖는 활동들을 재정지원 할 수 있다. 공적 개발 원조는 또한 위험을 공유하고 합작 또는 보조금을 통한 프로젝트를 통해 사적 자본의 유입을 증가시키는데 이용될 수도 있다.

선진국들의 공적 개발 원조는 목표치인 국민총생산(GNP)의 0.7%에 도달한 적은 결코 없지만, 미국을 제외한 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 전체 국가들의 지원 수준은 국민총생산의 0.32~0.33% 정도에 이른다. 미국의 공적 개발 원조는 냉전의 종결과 함께 급격하게 줄었다. 공적 개발 원조는 국제협력의 가장 중요한 도구로 남아 있으며 양이 늘어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단지 도덕적 구속력을 가질 뿐이지만, 국내총생산(GDP)의 0.7%를 대외원조로 제공하기로 한 선진국들의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

2. 발전 계약(Development Compacts)

원조국들은 자신들이 제공한 자원이 효과적으로 쓰이는지에 당연히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받는 쪽의 자발적 동의 없이 조건이 부과된다면 발전에 대한 인권적 접근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조건이 프로그램 이행에 대한 상호 약속에 기반하는 것이라면 발전권 실현을 위한 효과적 도구가 될 수 있다.

“계약”이라는 생각을 처음 제안한 것은 1980년대 말 노르웨이의 외무부 장관 T.스톨텐베르그(T.Stoltenberg)였고, 다른 발전 경제학자들과 인간발전보고서를 통해 다듬어졌다. 발전 계약은 연속된 정책 구상을 따라 개도국들이 수행하기로 되어 있는 프로그램 지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원조국은 원조수령국가의 노력에 부합되는 재정지원과 여타의 정책들로 그 프로그램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것을 분명히 약속한다.

발전 계약에서 명시돼야하는 상호 의무는 세심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세계은행과 IMF의 연구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경우에 재정지원 프로그램에 부과된 조건이 작동하지 않은 것은 그 조건이 외부에서 부과된 것이지, 당사국 자신들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조건 제한이건 의무건 간에 당사국들이 자신들의 관심사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스스로 대부분을 모니터할 수 있어야 한다. 권리에 기반한 접근에서는 처우의 형평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 점이 특히 중요하다. 발전 계약에서, 개도국들은 인권을 보호하고 실현할 의무를 져야 한다. 이 의무이행을 모니터할 수 있는 가장 타당한 방법은 각 국가에 인권침해를 조사하고 판단하는 국가인권위원회를 설립하는 것일 수 있다.

발전 계약에는 국제사회의 의무도 또한 설정돼야 한다. 원조국들과 국제기구들은 무역과 금융 접근에 대한 모든 차별적 정책과 장애물 제거를 보장해야 하고 발전권 이행을 위한 추가 비용을 적절히 공유해야 한다.

계약 사상은 국제 협력 중에 한 가지 모델에 지나지 않으며, 계약 사상의 실행가능성과 다른 대안들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B. 발전권 이행 프로그램의 요소들

발전권 실현을 위한 어떤 프로그램이든지 가져야 할 기본 성격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a) 발전권의 이행은 발전의 ‘총체적인’ 계획 내지 프로그램으로 봐야 한다. 여기서 일부 또는 대부분의 권리가 실현되는 동시에 어떤 권리도 침해돼서는 안된다. 발전권 실현을 위한 자원 제공을 증가시키고, 발전권 실현을 촉진하는 생산과 분배 구조의 증진이 있는 지속된 경제성장이 있어야 한다.

(b) 어떤 권리의 이행도 고립적으로 행사될 수는 없으며, 타 권리들의 이행을 위한 계획은 시간과 부문간 일관성을 고려하여 구상돼야 한다.

(c) 전체 계획의 이행과 개인의 권리 실현은 인권기준에 따라 수행돼야 한다. 즉, 투명성, 책임성을 가지며 비차별적이고 참여적인 태도로 형평과 정의로 수행돼야 한다. 실제적으로 발전계획은 풀뿌리차원에서 당사자들이 의사결정과 이행에 참여할 뿐 아니라 혜택을 평등하게 공유하는 것으로 형성되고 이행돼야 한다. 즉, 발전계획은 당사자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계획을 포함해야 한다.

(d) 발전권의 다양한 요소들의 상호의존성은 경제적·정치적·사회적·법적 제도와 규범, 그것이 작동하는 절차로 결정되며, 인간발전과 형평과 정의 속의 기회의 확대는 이들 제도와 규범의 근본적인 변화를 흔히 요구한다. 발전권의 실현은 이러한 제도적 구조의 변화를 포함하며 국가 제도를 뛰어넘어 국제적 제도의 변화를 포함하기도 한다.

(e) 1986년 유엔 발전권 선언에 명시된 것처럼 발전권의 보유자는 개도국 인민들과 개인들인 반면에 의무 수행자는 일차적으로 국가들, 그리고 국제사회, 시민사회의 여타 구성원들이다. 따라서 이들 의무를 수행하기 위한 정책들을 상술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초국적 기업, 원조국 및 기타 정부들, 국제기구로 구성된 국제사회와 당사국들은 이들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인권준칙 속에서 준수해야 할 원칙으로 분명히 확인된 바는 아닐지라도, 발전에 대한 인권적 접근의 동기는 가장 불우하고, 가장 가난하고,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빈곤은 가장 심각한 인권침해의 형태이며 따라서 형평과 정의에 기초한 인권실현 프로그램이라면 당연히 빈곤을 표적으로 삼게 된다. 빈곤 퇴치를 위한 국제협력에 대한 합의가 더 커진다면, 발전권 실현에 유익할 것이다. 인구 중에 가장 가난한 30-40%의 몫이 증진된다면, 그보다 부유한 인구 부분에 무슨 일이 생기든 적어도 발전의 첫 번째 국면에서는 문제될게 없다. 빈곤퇴치 프로그램이 아닌 시장의 힘에 기반한 경제 정책이 그 나머지들의 복지를 증진할 것이다. 유념해야 할 유일한 문제는 시장의 힘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빈곤의 성격에 악영향을 끼치거나 빈민의 수를 늘리는 경제 및 금융위기의 조건을 만들어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빈곤에는 두 가지 차원이 있다. 하나는 소득 빈곤으로, 한 국가 국민의 몇 %가 최저 소득(또는 소비) 수준 이하에 속하느냐와 관련된다. 두 번째는 건강, 교육, 주거, 영양 등에 접근성이 증대됨으로써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빈민의 능력과 관련된 것이다. 인권실현의 관점에서 보면, 빈곤의 개념은 단순한 소득 빈곤을 넘어서는 것으로, 인간 존엄성과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되는 수준의 박탈을 의미한다. 아마르타 센(Amartya Sen)은 빈곤을 단지 저소득이 아닌 기본 능력의 박탈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말하는 능력(capabilities)은 본질적으로 인권과 관련된 것으로, 인간이 가치있게 여기는 존재가 되고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선택과 자유의 확대를 말한다.

앞에서 말한 발전권 이행을 위한 프로그램은 중앙집중식 계획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왜냐하면 당사자들의 참여와 권한 강화를 통해 탈중앙화된 의사결정과정에 전적으로 기반해야 하기 때문이다. 발전 계획은 시민사회와 당사자와의 협의 과정을 통해 비차별적이고 투명한 태도로 형성돼야 한다.

빈곤퇴치를 위한 발전 계획은 소득 빈곤만이 아닌 더 넓은 의미의 능력 박탈의 문제를 다뤄야 한다. 여기서 모든 권리들이 총체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하지만 당장에 모든 권리가 실현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기본적인 세 가지 권리, 예를 들어 식량권, 건강권, 교육권에 집중하는 것이 실현가능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시민·정치적 권리를 포함하여 여타의 권리가 왜곡되거나 침해돼서는 안된다.

또한 앞서 경제발전의 중요성을 언급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자원의 성장이란 국내총생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발전권 실현을 위한 자원에는 법적, 기술적, 제도적 자원도 포함된다. 자원의 성장 전략은 형평과 인권기준에 대한 존중에 기반해야 한다.